[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 ⑥ 엠뮤지컬아트]원작 뛰어넘는 감동과 재미로 ‘뮤지컬 한류’ 이끌다

입력 2013-05-10 11:01 수정 2013-07-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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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15편, 왕성한 제작 활동… 해외 라이센스 작품 재해석, 인정받고 흥행 성공까지

지난 2012년 10월 8일 오후 5시 일본 도쿄 아오야마 극장 출구 앞에는 약 600명의 일본 팬들이 떼를 지어 몰려 있었다. 뮤지컬 ‘잭더리퍼’의 마지막 공연이 끝난 후 출연자들을 다시 한번 보기 위해서였다. 일본 팬들의 손에는 20미터나 되는 대형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잭더리퍼’를 보여주신 모든 출연배우분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일본에서 공연된 작품 중 ‘잭더리퍼’는 지금도 작품성 자체로 인정받은 사례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이 정도의 열광이면 10년을 정기 공연을 해도 된다는 분석을 내놨다. 아이돌뿐 아니라 김법래, 엄기준, 이건명, 민영기 등 뮤지컬 배우들도 스타가 된 시간이었다.

한류의 선두에 서 있는 작품 ‘잭더리퍼’는 국내 뮤지컬 업계에서 큰 버팀목인 엠뮤지컬아트(이하 엠뮤지컬)의 작품이다. 영국의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잭더리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체코 뮤지컬을 엠뮤지컬이 재해석해 내놓았다.

지난해 9월 16일부터 10월 8일까지 한 달여간 30회의 공연을 마친 ‘잭더리퍼’는 유료 객석 점유율 81.5%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또 입석 티켓 판매까지 이뤄지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국내에서도 넘기 어려운 80% 유료 객석 점유율을 일본에 진출한 국내 뮤지컬이 이뤘다. 개막 전 이미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등 한류의 새 지평을 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믿기 어렵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엠뮤지컬은 라이선스 뮤지컬이라고 해서 가만 놔두지 않는다. 끊임없이 한국식 또는 아시아 정서에 맞게 뜯어고쳤다. 철저한 한국화는 라이선스 작품이라는 태생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 생명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잭더리퍼’가 그랬고 오는 8월 일본 진출을 준비 중인 작품 ‘삼총사’가 그렇다. 올해 2월 20일부터 4월 21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공연된 삼총사는 체코의 ‘삼총사’를 새로 만드는 수준까지 재창조했다.

엠뮤지컬은 원작 ‘삼총사’를 그대로 들여왔다간 낭패를 볼 것으로 판단했다. 원작의 리슐리외 추기경이 주인공이라는 콘셉트를 과감히 삼총사 중심의 액션성을 가미한 작품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같은 도전은 관객의 호응을 높였고 흥행 성공으로 이어갔다. 특히 오는 8월 10일부터 25일까지 일본 도쿄 분카무라 오차드홀(2150석)에서 총 25회 공연돼 뮤지컬계 한류가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엠뮤지컬이 관객의 입맛을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의 시도에도 시련은 있었다. 300석의 소규모 공연장용으로 제작된 원작 ‘잭더리퍼’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체코 원작자는 “이대로 공연을 낼 수 없다”고 공연을 거부했다. 무리하게 공연을 진행하려다 ‘살인마 잭’으로 낸 국내 첫 공연은 흥행에 실패했다. 그 후 모든 스토리를 바꿔서 새롭게 탄생시킨 것이 지금의 ‘잭더리퍼’다.

일본이 한국의 뮤지컬 시장을 부러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작을 엄격히 준수하는 일본의 공연 풍토로는 도저히 따라 할 수 없는 한국만의 고유한 라이선스 작품을 엠뮤지컬이 만들어냈다.

엠뮤지컬은 ‘잭더리퍼’, ‘삼총사’ 뿐만 아니라 2003년 탭댄스 뮤지컬 ‘마네킹’을 시작으로 공연 사업을 열었다. 2004년에는 ‘사랑은 비를 타고’를 공연했고 2007년에는 일본 공연계의 양대 축으로 불리는 토호에 작품을 수출하는 데도 성공했다. 2010년에는 토호 주최로 일본 전국순회 공연을 하며 일본 내 입지를 넓혔다.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락 오브 에이지(2010년)’와 ‘캐치 미 이프유캔(2012년)’을 제작, 장기 공연하는 프리미엄 뮤지컬로 성공시키기도 했다. 엠뮤지컬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뮤지컬 10개 작품과 연극 5편을 만들며 국내 공연계를 이끌었다. 이처럼 엠뮤지컬은 한국의 뮤지컬 역사와 함께했다. 지금도 엠뮤지컬에는 30명의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 ⑤ 엠뮤지컬아트]이현일 회장 “뮤지컬시장 ‘1조 시대’ 열릴 것”

▲사진=방인권 기자
지난 2일 ‘잭더리퍼’의 엠뮤지컬컴퍼니 이현일 회장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현일 대표는 세계시장에 진출한 한국 뮤지컬계의 선두주자로서 뮤지컬 한류를 이끄는 선봉장이다. 이 회장은 만나자 마자 “한국 뮤지컬과 엠뮤지컬의 미래는 작품의 세계화에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엠뮤지컬의 위치와 목표로 세운 시장에 관해 묻자 이 회장은 “일차적으로 일본, 중국이 주요 타깃이다. 인도네시아,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으로 넓히고자 한다. 제작 수준을 조금만 업그레이드시키면 브로드웨이 가서도 흥행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관계자들의 시각차가 크다. 한국의 라이선스 제작자들은 입맛에 맞게 바꾸려고 많은 노력을 한다. 반면 일본은 모방에만 중점을 둔다. 일본의 기량이 한국에 못 미친다는 일본 공연계의 부러움도 여기에서 나온다. 한국이 아시아의 브로드웨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한국 뮤지컬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하는 의지도 엿보인다.

최종 목표는 해외시장 진출이지만 아직 국내 뮤지컬도 많은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한국 뮤지컬은 현재(최고 융성 시점을 100세로 놓는다면) 30대 초반의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 도약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가면 사람들의 라이프사이클이 변한다. 공연의 주요 소비층이 다양해지면서 10대와 50대 관객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2500억원의 뮤지컬 시장 규모가 1조원까지도 커질 수 있다는 게 그의 뮤지컬산업에 대한 전망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란 사실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뮤지컬 업계의 성장 걸림돌에 대해 묻자 이 회장은 “종전의 명작이라고 하는 작품들은 국내에 거의 다 들여왔다. 씨가 말랐다는 의견도 있다. 순수 창작 작품이 있어야 한다. 아직 갭(창작 작품과 라이선스 작품)이 있다”고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해결책과 관련, “대본, 음악, 안무 등은 교육시스템과 상관있다. (주입식 교육보다) 본질적 창의성이 바탕이 된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이상적인 뮤지컬 시장은 관광과도 연관된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브로드웨이 관람객의 90% 이상이 관광객이다. 한국도 관광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뮤지컬 등 한류 때문에 관광산업도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한국에 오면 뮤지컬 한 편 보고 와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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