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남자가 사랑할 때', 사랑에 눈 멀어 아픈 그대를 보지 못한 한 남자

입력 2013-04-23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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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가 뮤지컬 동아리 연습실에서 피아노를 치는 장면.(드림콘텐츠)

뮤지컬 ‘남자가 사랑할 때’는 삼각 관계, 짝사랑, 사랑에 실패한 남자의 어긋난 사랑이 주요 소재다.

뮤지컬 동아리에서 만난 연상연하 커플 은수와 하윤은 서로에게 조금씩 호감을 느낀다. 그들의 사랑이 싹트기 훨씬 전부터 하윤을 지켜보던 승일이 있다. 이 3명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선택받지 못한 고통을 삼켜야 했던 승일의 마음속에는 증오가 가득했다. 그 증오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극의 중반 은수가 하윤의 집으로 찾아간 장면이다. 은수는 하윤이 승일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소문의 진실을 듣기 위해 하윤의 집까지 찾아온다. 이때 승일을 만난 것이 불행의 발단이 된다. 승일이 두 사람에 생긴 오해를 눈치채 은수-하윤 커플을 갈라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승일은 그것이 잘못된 행동인 줄 알면서도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다.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 지배하는 증오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

▲클럽 M. SPAZIO 실내. 하윤이 클럽가수로서 노래를 하는 장면.(드림콘텐츠)

승일의 어긋난 사랑으로 각자의 길을 걷게 된 은수와 하윤은 10년 동안 서로 잊은 채 살아간다. 두 사람을 갈라놓으면 하윤이 자신에게 올 줄만 알았던 승일은 자신은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하윤의 주변을 맴돈다. 가수의 꿈이 수차례 실패한 하윤은 점점 자신을 포기한다. 사랑을 잃고 점점 타락해가는 하윤을 지켜보며 누구 보다 아파했던 것은 승일이었다. 10년 만에 귀국한 은수는 하윤이 있는 곳을 한달음에 달려간다. 은수는 하윤의 망가진 모습을 보고 그녀를 되돌려 놓고자 결심한다.

▲M. SPAZIO 클럽 신. 클럽가수가 된 하윤이 승일의 제의를 거절하는 장면.(드림콘텐츠)

승일은 사랑하는 이가 아파하는 것을 보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괴물이 돼 버렸다. 하윤을 도와주려는 은수와 이를 저지하려는 승일의 치열한 감정싸움이 중·후반부 이야기를 이끈다. 은수에게 사랑을 포기하면 하윤의 앞날을 보장하겠다고 나서는 승일은 더는 하윤과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의 감정을 어찌할 수 없었던 모습에서 인간의 불완전함이 엿보인다. 권선징악의 잣대로만 승일을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랑 앞에 너그럽지 못한 한 남자의 고뇌가 작품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한 여자를 사랑한 두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여자의 선택을 받았고 나머지 사내는 두 사람을 지켜보며 가슴 아파야만 했다. 삼각관계가 뮤지컬 ‘남자가 사랑할 때’의 전형적인 멜로라인이다. 자칫 신파극을 보는듯한 인상을 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게 다라면 이 작품을 볼 필요가 있을까. 그 뻔한 스토리 속에 주인공들 성격을 곱씹어보게 하는 것이 넘버(곡)의 힘이다.

흥미로운 것은 극의 전환점을 제시하는 승일의 테마다. 승일의 테마는 은수-하윤의 메인테마를 개사만 했을 뿐 멜로디는 같다는 점에서 새로움이 더해진다. 달콤한 사랑의 마음과 증오로 찬 사내의 절절한 마음이 같은 멜로디로 표현되는 것이 메인 테마의 특징이다.

▲대형 음반 기획사 대표가 된 승일.(드림콘텐츠)

승일이 홀로 부르는 가사 말 속에 그의 마음이 녹아 있었다. “사랑에 눈이 멀어 아파하는 그대를 보지 못했다.” 후반부 하윤에 대한 어긋난 사랑을 깨닫는 과정에서 부르는 메인 넘버가 이 작품의 압권이다.

사랑 앞에선 이성보단 감정이 앞서는 것이 인지상정. 이 작품은 이를 부정하지 않을 뿐더러 작품 전면에 내세운다. ‘남자가 사랑할 때’가 기존 로맨스와 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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