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내가 꿈꾸는 3홀 골프장

입력 2013-04-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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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여자. 밥을 많이 먹어도 배 안 나오는 여자. 내 얘기가 재미없어도 웃어주는 여자. 난 그런 여자가 좋더라.”

1989년 발매된 변집섭의 ‘희망사항’ 가사 첫 소절이다. 자신의 여성관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이성관이 있다. 성격이 최우선인 사람이 있는 반면 외모를 중시하는 사람도 있다. 외모·성격을 떠나서 경제력이 기본이라는 사람도 있다. 성격만 놓고 봐도 유머러스한 성격에 끌리는 사람이 있고, 밝고 명랑한 성격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개중에는 까칠하거나 무뚝뚝한 ‘까도남(녀)’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골프장도 마찬가지다. 호화로운 회원제 골프장에서 완벽한 사생활 보호를 으뜸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품격과 자부심을 중시하는 사람도 있다. 골프텔을 비롯한 다양한 부대시설을 우선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골프장 500개 시대다. 골퍼들은 골라 치는 재미에 흠뻑 빠질 법도 하다. 그러나 서민들에게 골프장 담벼락은 아직도 높다. 호화로운 시설과 비싼 요금 때문이다. 특히 골프장 진입로와 클럽하우스는 골프장 구경 한 번 못해본 서민들의 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하다.

골프장은 체육시설이다. 운동을 하는 데 굳이 이 같은 초호화 시설이 필요할까. 발상의 전환이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기자가 꿈꾸는 ‘꿈의 골프장’ 한 곳을 소개할까 한다. 기자의 ‘꿈의 골프장’은 집 앞에 있다.

문만 열고 나가면 골프장이 펼쳐진다. 차를 타고 이동할 필요가 없는 도심 한복판 골프장이다. 캐디도, 전동카트도 없어 셀프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부담없이 라운드 할 수 있다.

놀랄 수 있지만 3홀(파12·1115야드) 규모 골프장이다. 파3홀과 파4홀, 파5홀이 각각 하나씩이기 때문에 6번을 돌아야 18홀 라운드가 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영토가 좁은 나라에서는 합리적인 골프장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세 홀에 불과하지만 티샷 때마다 티마크를 달리하면 전혀 다른 홀이 된다.

코스는 대형 연못을 둘러싸고 오른쪽으로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1번홀(파4·420야드)은 시원하게 펼쳐진 페어웨이가 청량감을 선사하지만, 티마크 위치에 따라서는 IP지점에 각종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2번홀(파3·165야드)은 연못을 넘겨 공략해야 한다. 그린은 벙커로 둘러싸여 있어 고감도 아이언샷이 요구된다. 3번홀(파5·530야드)은 호쾌한 드라이버샷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페어웨이가 좁고 장해물이 많아 전략적인 샷이 요구된다.

지극히 서민적인 골프장이지만,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설계된 만큼 반복해서 라운드 해도 지루함이 덜하다. 평상시 잔디 관리도 철저해 회원제 골프장이 부럽지 않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것도 골프장이냐?”라며 크게 실망할 수도 있지만, 기자가 생각하는 ‘꿈의 골프장’은 코스가 좋은 골프장이다. 거기에 가깝고 저렴하기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호화로운 진입로와 웅장한 클럽하우스,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각종 부대시설 등은 전부 포기하더라도 코스 하나만큼은 절대 타협이 없다. 수준 높은 골프코스에서 라운드 하는 것은 골퍼의 특권이자 골프를 즐기는 마지막 이유다.

“잔디 관리 잘돼 있는 골프장. 멋 내지 않아도 멋이 나는 골프장. 실력이 모자라도 재미있는 골프장. 내가 돈이 없을 때에도 마음 편하게 라운드 할 수 있는 골프장. 반복해서 라운드 해도 싫증나지 않는 골프장. 난 그런 골프장이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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