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송준석 포에프 기술연구소 대리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입력 2013-02-1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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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석 포에프 기술연구소 대리
부스스 잠에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어제 좀 무리를 했던 탓인지 계절 탓인지 모르겠지만 온 몸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간단한 아침을 하고 나오는 출근길은 언제나처럼 전쟁터로 향하는 기분이 든다. 조금이라도 빨리 출근하기 위해 앞만 보고 내지르는 운전자들에게 연신 불만과 욕설을 쏟아가며 운전대를 돌리지만, 어느새 나도 그들과 하나가 되어 출근전쟁을 치르고 있다.

오늘은 특별히 중요한 일정이 있다. 사장님이 직접 주관하시는 일주일에 한번 있는 사내 자체 교육의날이기 때문이다. 일찍 가서 교육 자료와 자리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나도 정신없이 운전을 한다. 막히는 출근길의 답답함을 잊기 위해 라디오를 켠다. 역시나 기대에 저버리지 않게 오늘은 물가 인상에 관한 이야기다. 요근래 좋은 소식을 들어본 지가 까마득하다. 공공요금, 전기세 하다못해 애들 과자값도 줄줄이 올라간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저절로 어깨에 힘이 빠진다.

다행이 제일 먼저 도착해 교육 자료와 교육장을 정리한다. 회사가 어려워 그날 그날 대책회의를 해도 모자랄 시간에 사장님은 언제나 직원 교육을 따로 하신다. 회사 사람들이 하나둘 출근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얼굴 표정이 어둡다. 요즘들어 더욱더 어려운 회사 사정은 회사원들 집안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의 퇴근이 즐겁지 못하고 회사에 늦게까지 남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드디어 사장님이 회의실에 들어오신다. 언제나 자신이 직접 만들어 오는 자료로 교육을 하시는데 왠일인지 오늘은 자료 대신 손에는 패드만 하나 들려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안 좋은 일인가? 어제 뭔가 회사에 잘못된 일이라도 있나?’ 하는 조그만 걱정들이 마음속에서 눈덩어리처럼 커져간다.

그런데 지정된 자리에 앉아 인원을 한번 돌아보시고 말씀하시는 사장님의 첫 마디에 나를 포함한 직원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첫 마디는 “오늘은 가벼운 이야기를 좀 할께요.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행복하신 분은 손을 한번 들어 보세요” 였다. 모두들 놀란 얼굴로 서로의 얼굴만 훔쳐볼 뿐이었다. 너무도 의아한 질문에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여사원 혼자 방긋 웃으며 조용히 손을 들었다. “또 없습니까? A씨만 행복하신가 봅니다” 갑자기 너털웃음을 지으시는 사장님께 우리는 어리둥절한 표정만 보여드릴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의 밝은 표정은 요즘 들어 정말 아주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교육 대신에 모 소설가가 인터넷에 기고한 행복에 대한 글을 천천히 읽어주시기 시작했다. 회의실의 무표정한 사람들 사이로 행복이라는 단어가 조용히 돌아다니고 있었다. 행복의 방법, 행복의 조건, 행복이란 무엇인가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꾸만 내 마음속에서는 부정적인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행복은 돈과 관계가 없다고? 약간의 스트레스는 행복에 도움이 되다고?’ 너무나도 나에게는 거리가 동떨어진 것 같은 행복에 대한 이야기에 마음속으로 계속 불만만 쏟아내고 있었다. 너무도 현실성 없는 이야기에 차라리 지금 어려운 회사를 유지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라도 내어 보시지 하는 마음도 생겼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 색다른 교육을 마치고 나서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내 마음속에서 벌어졌다. 갑자기 행복이란 단어가 내 마음에 완전히 자리잡아 버린 것이다. 그동안 잊고 지내며 바쁘다는 핑계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행복에 대해 조금씩 알고 싶은 열망이 커져만 갔다. 더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그 행복이라는 단어가 바이러스처럼 강하게 사내 전체에 퍼져 버렸다는 것이다. 언제나 어두운 얼굴로 서로 담배만 피워대던 휴게실에서 서로 서로 웃으며 행복하냐고 물어보는 게 인사처럼 되어 버렸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회사원들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할수록 행복해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이 떠올라 주었고, 대부분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일이었다. 바쁜 일상에 지치고 바라보기에는 너무 멀리 있다고 생각이 들었던 행복이라는 글자가 지금은 생각하면 할수록 쉽게 내 손에 잡히는 것 같고 언제나 기분 좋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해 주었다. 심지어 문안 인사처럼 남에게 행복하냐고 물어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닫혀져 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고 타인의 마음속에 행복을 자리잡게 할 수 있었다. 사장님의 행복에 대한 질문 이후로 나를 비롯한 회사 사람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보다 밝게 생활할 수 있었다. 물론 당장 눈앞에 펼쳐져 있는 현실은 너무 가혹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행복을 끌어내어 곱씹고 끝없이 되뇌일 때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게 해주는 정말 간단하고 마술 같은 이 말을 이제는 가족, 친구는 물론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나눠주며 생활하고 싶다.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행복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우리가 조금만 관심을 갖기만 하면 내 것이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내 마음에서 살아납니다. 오늘도 행복을 되새기며 직장에서의 하루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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