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 벤저민 그레이엄과 가치투자

입력 2013-02-0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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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장래의 기업가치를 전망하는 것은 거의 종교적 신념이다. 기업이 오랜 기간 탁월한 매출과 이익 성장을 보인 뒤 갑자기 침체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2001년 파산한 미국의 에너지기업 엔론처럼 그동안 실적이 속임수였던 경우도 있고 높은 이익률에 도취돼 경쟁관계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도 꽤 있다. 과도한 경쟁이나 시장포화, 정부규제 등이 성장을 가로막아 실패하는 기업도 많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확실한 전망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지난 역사가 끊임없이 증명해온 진리다. 하지만 오늘도 많은 전문가들은 적중 확률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주가 예측에 도전한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해 투자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주가 예측에는 경제학자의 지식과 기술은 물론 심리학자의 통찰력까지 필요하다. 특히 분석가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많아 객관성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가치투자자들은 시장가격이 기업의 내재가치보다 떨어지면 매수하고 반대로 시장가격이 내재가치를 넘어서면 매도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그 기법을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가치투자의 성립에는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의 힘이 컸다. 그레이엄은 원금 보전을 강조하는데 그는 원금을 잃을 가능성을 ‘위험’이라고 정의한다. 실제 가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레이엄은 항상 ‘적당한(?)’ 안전 마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투자대상 주식 선정은 엄격한 평가공식을 통해야 하는 만큼 신주, 개념주(인터넷 관련된 벤처 기업 주식), 성장주는 대개 투자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대공황의 혹독한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만든 그레이엄의 원칙들은 매우 엄격해서 대형 강세장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 하나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데는 ‘예측’이 꼭 필요하다는 아킬레스건이 내포돼 있다. 과거 이익을 기준으로 미래의 매출액, 시장지배력, 기술개발능력, CEO의 경영 능력 등을 종합해서 수치화해야 하는데 이게 완벽하게 객관적인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기업 가치를 측정하는데 또 다른 문제는 그 정보를 수집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고 비용도 적지 않게 든다는 점이다. 시간적인 문제는 분석하는 동안 이 요소들이 시장에 이미 반영됐을 수도 있다는 또 다른 위험부담이 될 수 있다.

현대의 투자는 처리해야 할 데이터의 양이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 특히 정보가 쌍방향이라는 점은 정보의 취사 선택의 장애요인이다. 좋은 정보와 나쁜 정보가 한꺼번에 제공되는 상황에서 이를 바탕으로 추론하기가 쉽지 않다. 옳은 판단을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지만 정보의 과잉은 올바른 판단에 방해가 되곤 한다. 입력되는 정보량이 증가함에 따라 자신감도 증가하지만 실제 판단력은 향상되지 않는 다는 것이 가치투자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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