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스타성공학] 연기력 하나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선 고두심

입력 2012-12-1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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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다가오면서 각종 대중문화 관련 시상식이 눈길을 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바로 KBS, MBC, SBS 방송 3사의 연기대상이다.

한 오디션 프로그램에 200만명이 참여하고 매년 방송연예과, 연극영화과 등 연예관련 학과에서 1만여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리고 스타 시스템의 핵심으로 떠오른 연예기획사의 신인 발굴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각종 방송사 드라마에는 수많은 신인에서부터 중견 연기자까지 활약을 펼친다.

이처럼 연기 지망생과 연기 신인들이 넘쳐나고 스타와 중견 연기자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평생에 한번 방송사 연기대상을 수상하는 것조차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런데 한 번도 아닌 5번이나 연기대상을 거머쥔 유일무이한 스타가 있다. 그것도 KBS, MBC, SBS 방송 3사 모든 연기대상을 석권한 연기자다. 바로 1989년 ‘사랑의 굴레’로 KBS 연기대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 ‘춤추는 가얏고’로 MBC 연기대상, 2000년 ‘덕이’로 SBS 연기대상, 그리고 2004년에는 MBC ‘한강수 타령’과 KBS ‘꽃보다 아름다워’로 MBC와 KBS 연기대상을 받은 고두심이다. 올해로 연기 경력 40년째 맞고 있는 고두심은 이 시대 최고 연기력의 소유자라고 평가받는다. 고두심 그녀는 오롯이 연기력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실력만으로 최고의 성공을 일궜다.

가창력으로 가요계를 평정한 조용필이 있다면 연기력으로 방송계를 석권한 이가 바로 고두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고두심의 성공 비결은 단 하나다. 바로 실력이다.

이순재는 “고두심은 참 열심히 하는 연기자다. 대사의 장단을 따지는 기본에서부터 감정을 담는 것, 캐릭터를 창출하는 능력에 이르기까지 최고의 연기력을 보이는 연기자다”라고 평했다. 또한 ‘춤추는 가얏고’로 고두심에게 연기대상을 안겨준 장수봉 PD는 “고두심은 천부적인 연기자다. 고두심이 연기하면 캐릭터가 진정한 생명력을 얻는다”고 극찬했다.

고두심은 연기력에 관한 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연기자가 아니었다. 고두심은 무역회사 직원으로 일하다 스물 네살, 늦은 나이에 1972년 MBC 공채 탤런트 5기에 시험을 봐 합격했다. 하지만 그녀는 첫 드라마 대본 리딩 때 떨려서 입도 떼지 못했다. 고두심은“리딩을 하는데 너무 떨려서 입을 못 뗐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함께 숨 쉬고 있다는 사실에 기가 눌려서 온 몸이 바르르 떨렸다. 선배들이 괜찮다고 격려를 해줬지만 결국 작품에 임하지 못했다. 좌절을 해 한동안 연기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탤런트에 입문해 한동안 가정부, 술집 종업원 등 단역에 머물거나 그나마 배역도 없이 녹화장 주변을 서성거리는 신세를 면치 못해 무역회사 근무와 탤런트 생활을 병행해야만 했던 신인시절을 지나 ‘갈대’ 에 출연해 눈길을 끌며 관심 받는 연기자로 떠올랐다.

“처녀 때도 늘 아줌마, 할머니 역을 해 근사한 멜로 드라마 주인공 한번 못했다”는 그녀의 말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맡으면서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확장하고 연기의 세기를 진화시켰음을 알 수 있다. 고두심은 현대물, 시대극,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카리스마 강한 캐릭터에서 평범한 일상성을 드러내는 인물까지 능수능란하게 소화해내는 몇 안 되는 연기자 중 한 사람이다. 고두심으로 인해 “잘났어! 정말”을 유행시킨 화제작 ‘사랑의 굴레’ 에서 신경질적인 여주인공, ‘춤추는 가얏고’에서의 가야금 명인 죽사 이금화 역, ‘덕이’에서의 굴곡의 역사에서 질기고 질긴 운명을 헤쳐가며 살아온 덕이 어머니 역, 20년 넘게 출연한 ‘전원일기’ 김회장댁 맏며느리 등은 캐릭터의 진정성과 생명력을 느끼게 했다. 드라마‘꽃보다 아름다워’에서 남편에게 버림받고 모든 것을 자식들에게 쏟아부은 후 혼자 고통을 떠안다 치매에 걸려 가슴에 빨간약을 바르며 “엄마가 가슴이 아파, 가슴이 아파”라는 대사를 할 때 안방의 시청자 모두 눈물을 흘렸다. 이 모두가 고두심의 뛰어난 연기력이 낳은 결과다.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 고두심은 출중한 연기력으로 수많은 캐릭터에 진정성을 부여했다.
고두심은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나면 놀라울 정도로 캐릭터에 몰입하는 집중력을 보이고, 촬영장 밖에서는 드라마 캐릭터에 관련된 인물을 지속적으로 연구한다. 연기대상을 수상한‘한강수 타령’에 출연하기 전 고두심은 한 재래시장으로 출근을 했다. 극중에서 생선장수로 나오기 때문에 생선 가게에 가서 손님을 부르는 방법부터 생선을 자르는 기술까지 세밀하게 배우기 위해서다.“작품이 주어지면 항상 그 인물의 형상을 그린다. 양치질을 하다가도 거울을 보면서도. ‘사랑의 굴레’를 할 때 집에서 아들을 혼낸 적이 있었는데 한참 열을 올리고 있는 저를 보고 아들이 ‘엄마, 지금 텔레비전하고 너무 똑같아’라고 말하는 바람에 문 밖으로 나가 한참을 웃었다.” 이처럼 철저한 고두심이기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배역에도 자신을 맞출 수 있고, 모든 행동을 믿을 만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로 꼽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그는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을 때에도 연기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고두심은 “레미콘 차량이 레미콘 용기를 계속 돌리지 않으면 굳어버려 정작 사용할 때는 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연기자는 작품을 할 때는 물론이고 쉬는 동안에도 연기에 대한 준비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연기자가 이 준비 작업이 없으면 막상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할 때 레미콘이 굳어버려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신인에서부터 스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기자가 가장 롤 모델로 본받고 싶은 연기자로 고두심을 꼽는다. PD나 영화감독들은 어떤 캐릭터나 작품이라도 고두심이 맡으면 안심이 된다는 말을 한다. 시청자와 관객들은 “고두심은 연기력 하나로 진정한 감동을 주는 연기자”라는 찬사를 쏟아낸다. 소설가 황석영은 “삶과 연기가 일치되는 이 시대의 최고로 아름다운 연기자”라고 헌사했고, 한 시인은 “고두심은 인생의 두 가지 마음을 아름답게 피워낸 보기 드문 사람이다. 하나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고, 하나는 삶에 대한 진지함이다”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홍보 마케팅과 연예기획사의 물량 공세 등이 연예인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른 지금, 연기력이라는 실력 하나만으로 최고의 성공을 이룬 고두심은 말한다. “지난 40년 동안 제 꿈이었던 배우로 살아서 행복했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는 배우로 살아갈 겁니다. 인생이 그러하듯 배우로서 오르막길을 올라왔으니 내려가는 일도 지금처럼 잘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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