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골통(Golf通)로드] 엉터리 외래어표기법 눈살

입력 2012-12-03 11:51 수정 2012-12-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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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토리 마유? 오오에 카오리?

일본을 대표하는 여자프로골퍼들이다.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맹활약한 선수들이지만 왠지 낯설게 느껴진다. 엉터리 외래어표기 때문이다. 정확한 표기는 핫토리 마유, 오에 가오리다.

이들은 지난 1일과 2일 부산의 베이사이드골프클럽에서 열린 2012 KB금융컵 제11회 한ㆍ일 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 출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두 선수는 첫날 경기에서 같은 조에 편성, 양희영(23ㆍKB금융그룹), 신지애(24ㆍ미래에셋) 조와 플레이를 펼쳤다. 경기 진행상황은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홈페이지(www.klpgt.com) 리얼스코어보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스코어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엉터리 외래어표기로 기입된 두 선수의 이름이다. 두 선수의 잘 못된 이름이 기입된 것은 주최 측 홈페이지만이 아니다. 대회 홍보를 위해 제작된 안내책자에도 엉터리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안내책자에는 이들을 포함해 12명의 일본 대표선수명단이 소개돼 있다. 그 가운데 오에 가오리의 잘 못된 외래어표기인 ‘오오에 카오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핫토리 마유의 핫토리는 일본어로 ‘服部(복부)’로 표기하고 한글로는 ‘핫토리’로 쓰는 것이 옳다. ‘외래어표기법 제3장6절1항’에 따르면 ‘일본어에서의 촉음은 ㅅ으로 통일해서 적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롯폰기(六本木), 삿포로(札幌), 벳푸(別府), 돗토리(鳥取)가 대표적인 예로 로폰기, 사포로, 베푸, 도토리는 전부 잘 못된 표기다. 결국 하토리는 핫토리로 기입해야 한다.

만약 핫토리를 하토리로 기입할 경우 ‘羽鳥’, ‘葉鳥’ 등 전혀 다른 인명ㆍ지명을 뜻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오에 가오리의 오에는 일본어로 ‘大江(대강)’이라고 기입하며 한글로는 ‘오에’라고 쓰는 것이 맞다. ‘외래어표기법 제3장6절2항’에 따르면 ‘장모음은 따로 표기하지 않는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규우슈우(九州), 도오쿄우(東京), 오오사카(大阪), 니이가타(新潟) 등은 전부 잘 못된 표기로 규슈, 도쿄, 오사카, 니가타 등으로 표기해야 한다. 즉 오오에는 오에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비슷한 예로 2006년 JLPGA투어 상금왕에 오른 오오야마 시호(35ㆍ大山志保)는 오야마 시호로 표기해야 하며, 이이지마 아카네(27ㆍ飯島茜)는 이지마 아카네라고 표기해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외래어표기법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위의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듯하다.

대회 기간 내내 온라인과 신문지면을 무수히 장식했던 이들의 기사를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미디어에서 잘 못된 외래어표기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기사에 반영했기 때문이다.

올바른 외래어표기법 확인 절차 없이 잘 못된 표기를 그대로 기사에 반영한 기자들의 무지함이 근본적으로 문제지만 그렇다고 그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대회 주관을 맡은 KLPGA는 물론 대회 운영사도 정확한 외래어표기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민족은 인류역사상 가장 많은 소리를 문자로 표현할 수 있는 한글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문자가 주는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문자와 언어는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대변한다. 우리의 작은 노력만으로도 한글을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문자로 승격시킬 수 있지만 자칫하면 복잡하고 난해한 문자라는 오명을 쓰게 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노력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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