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민의 금융만평] "캠코의 뚝심"

입력 2012-11-2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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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외환위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지 15년이 지났다. 당시 정책당국은 원·달러 환율이 2000원 이상 올라갔지만 정책당국은 국내 경제는 펀드멘탈(기초 여건)이 좋아 외환위기는 없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한보철강 부도를 시작으로 삼미, 진로, 대농, 해태, 기아 등 대기업들이 연이어 부도 처리되면서 금융회사 부실도 급증했다. 당시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캠코는 부실채권기금을 설치하고 39조2000억원을 투입해 180여개 금융회사로부터 총 111조6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국민은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에 나섰고 제일은행 직원들의 해직사태를 생생하게 담은 ‘눈물의 비디오’는 전 세계에 감동과 외환위기 극복을 향한 강한 한국인의 의지를 보여줬다. 1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인은 한국인의 한강의 기적에 이어 외환위기 극복 사례를 다른 개발도상국이 본받아야 할 우수사례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 22일은 캠코에 있어서 부실채권정리기금이 15년 만에 첫 공적자금을 청산하는 날이어서 뜻 깊은 날이었다. 캠코는 이날 공적자금 46조7000억원을 회수해 회수율 119%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동안 캠코는 기금 운용과 관련해 많은 정치권이나 정부의 외압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악재를 만났다. 자칫 부실운용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는 일이 많았으나 기금 운용 담당자와 캠코 경영진의 뚝심으로 이를 극복한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형 인수·합병(M&A) 때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부딪치면서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물론 쌍용건설과 대우조선해양,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은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 또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 최근 불거졌던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에 공자위는 서둘러 매각하라고 압력을 행사했지만 캠코 측은 지금 싼 값에 팔기보다는 욕을 먹더라도 내년으로 넘겼다.

지난 15년간 캠코는 정부와 정치권, 언론 등으로부터 매각과 관련해 말이 많았고 부실운용이라는 원흉으로 지목돼 욕도 많이 먹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캠코가 손실을 두려워해 부실채권을 손에 쥐고 있다며 냉정한 시장가격에 조기 매각하라는 목소리도 컸다. 기금이 바닥날 때쯤에는 캠코가 제 때 제값도 못 받고 부실채권을 쓰레기처리장에 쌓아두고 하루하루 썩힌다는 비판의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때마다 캠코 측은 묵묵히 원칙을 고수하며 뚝심을 지켜나갔다.

그 결과 세계에 유례없는 회수율 119%라는 성과를 거뒀다. 아직 쌍용건설, 대우조선해양,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대형 매물이 남아 있어 매각 이익금은 고스란히 국고 이익으로 귀속되게 된다.

물론 정치적 입김으로 대우건설을 무리하게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매각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승자의 저주’를 낳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캠코가 부실채권을 다뤄 본 경험이 없는 초보자로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점은 그 의미가 크다. 경제적 논리는 결코 정치적 입김이나 사회적 비난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귀중한 교훈과 노하우를 남겼다. 그동안 캠코에 빨리 매각하라고 큰소리쳤던 위정자들은 이번 공적자금 청산을 두고 어떤 목소리를 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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