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때문에 리서치 보고서 말미에는 “자료공표일 현재 해당 기업과 관련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다”, “이 자료를 전문투자자 등 제3자에게 사전에 제공한 사실이 없다”,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 없이 애널리스트의 의견이 정확하게 반영돼 작성됐다”는 확인이 항상 따라붙는다.
그러나 실제로도 그럴까. 애널리스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분석이 아니라 세일즈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애널리스트가 친한 펀드매니저에게 “내가 A종목을 발굴했다. 조만간 리포트 내려고 하는데, 탐방 같이 가자”고 제안하는 관행은 지금도 매우 자연스럽다. 이 과정에서 특정 종목을 기관이 먼저 사들이고, 뒤이어 보고서가 나오고, 주가가 따라서 오르는 구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자료를 전문투자자 등 제3자에게 사전에 제공한 사실”은 없지만, 작성된 최종본을 넘기지 않았을 뿐 실질적으로는 대부분의 정보를 제공한 셈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외부의 부당한 압력이나 간섭은 없다. 영업을 위해 ‘내가 자발적으로’ 외부의 압력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애널리스트가 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과 가깝게 일하며 자연스레 친분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의도적·비의도적으로 파생되는 정보 불평등은 개인투자자들이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일 수밖에 없다.
주가를 띄우고 싶은 상장사들은 이런 점을 잘 알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를 ‘잡고’, 그 종목을 높이 평가한 애널리스트는 설명회를 직접 주선하거나 매니저들과 같이 탐방을 가는 등 기관들에게 투자를 권유하고 보고서를 낸다.
최근에도 몇 종목은 이렇게 주가가 올라갔고, 낮은 가격에 사들인 기관들은 30%대 수익을 내고 있다. 그 종목에 관심을 갖는 개인투자자들이 늘어난 현재는 이미 주가수익비율(PER)이 몇 달 전에 비해 꽤 높아진 상황. 투자 게임에서 개인과 기관이 같은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은 맞지만, 정작 출발을 알리는 신호는 몇몇 기관들에게만 속삭여지는 격이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증권사들이 ‘큰 손’들을 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소소한 관행들은, 소액을 투자하는 개인도 흔쾌히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게임 규칙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 푸코(Foucault)는 이미 50여전 전에 기율권력을 얘기하며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가장 강한 권력이라는 점을 통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