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길영효 메리츠종금증권 대전지점 차장 ‘겨울 금강’

입력 2012-09-12 11:1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금강 둑방 위로 하늘이 쓰러지고 있다
저녁 6시의 둑방을 붙잡고 있는 노을
이게 아니야 외쳐대는 모든 물소리가
검붉은 옷자락에 감싸인 채,
천천히 멀어지고 있다 살며 닦아온
눈물로 흘러 넘치는 물결 속으로,
기댈 언덕배기 하나 거느리지 못하고
골짜기를 걸어 내려오는 동안
강의 가슴속으로 햇살들 첨벙첨벙 뛰어든다

햇살들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가로수들도 성근 머리칼 강물에 빠트리고 있다
이젠 가슴속의 갈증마저
던져 넣어버려야지 산골짝 여기저기
수해 입은 뿌리에서 희뿌연 마음 꺼내들고
지난 영욕의 세월 지워내며
남은 흙 털어내고 있는 나무들
을씨년스럽다 그것도 내 육신이지
달은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는데
드러낸 나와 감춰진 내가
한 몸뚱어리로 뒤섞여 지나가는 둑방길
언제나 나의 바깥에서 흐르고 있는 강물도
이젠 그럭저럭 침묵을 껴안을 줄 알고 있다

쓰러져 가는 하늘 저편,
흘러가는 강 위로 또 다른 강이 놓여
나, 서 있는 쪽으로 세월은 역류하여
버리고 온 발자국을 움켜쥔 채,
해묵은 다짐들 닦아내고 있는 둑방길
출렁거리는 강물 안에서
별들이 뚜벅뚜벅 걸어 나오고 있다
내 안에 밀려드는 어둠 속으로
별빛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길영효 시집 ‘바람아, 너는 나를 밟고 가벼울 수 있는가’중에서)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美ㆍ이란 전쟁 위기 여전한데 국장은 왜 폭등?⋯“패닉셀 후 정상화 과정”
  • 설계부터 생산까지…‘올 차이나’ 공급망 구축 박차 [궤도 오른 中반도체 굴기 ①]
  • 신학기 소비도 양극화...“비싼 가방은 백화점서” vs “소모성 학용품은 다이소에서”(르포)[K자 소비 올라탄 유통가]
  • 미쉐린 3스타 ‘밍글스’ 2년 연속 영예…안성재의 ‘모수’, 2스타 귀환[현장]
  • WBC 첫 경기 17년만 승리…다음은 한일전
  •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살인자의 첫인상
  • '미스트롯4' 이소나, 최종 1위 '진' 됐다⋯'선' 허찬미ㆍ'미' 홍성윤
  • 바이오 IPO 다시 움직인다…신약·의료기기·디지털헬스 상장 러시
  • 오늘의 상승종목

  • 03.06 10:01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04,042,000
    • -1.66%
    • 이더리움
    • 3,042,000
    • -1.65%
    • 비트코인 캐시
    • 675,500
    • +0.75%
    • 리플
    • 2,060
    • -0.68%
    • 솔라나
    • 130,200
    • -1.29%
    • 에이다
    • 394
    • -1.01%
    • 트론
    • 419
    • +0.48%
    • 스텔라루멘
    • 231
    • +0.43%
    • 비트코인에스브이
    • 21,430
    • -3.73%
    • 체인링크
    • 13,500
    • -0.44%
    • 샌드박스
    • 124
    • -1.5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