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 ‘담뱃갑’의 반란

입력 2012-08-22 09:56 수정 2012-08-2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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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제부 차장

1950년대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할리우드 스타 제임스 딘.

10대였을 때 흑백 포스터 속에서 담배를 물고 있는 그에 열광하는 남성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버스 대합실이나 학원가 뒷골목을 지나칠 때면 반항기 어린 눈빛으로 시건방지게 담배를 꼬나 물고 있던 ‘어린 제임스 딘’들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머리 스타일이며 걸친 청자켓이 영락없는 그였다.

다른 것이라면 그들의 입꼬리에 물려 있던 담배 맛 만큼이나 다양했던 담뱃갑이었다. 1980년대 한국에선 소나무·장미·88·한라산·도라지·백자 등 다양한 종류의 담배가 애연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내 주위에는 ‘88’을 선호하는 어른이 가장 많았다. 1988년 열린 서울 올림픽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최근 세계 담배시장에서는 담뱃갑 디자인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대법원이 내린 ‘담뱃갑 단순포장법’ 합헌 판결에 다국적 담배회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호주 정부는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모든 담뱃갑에서 담배회사의 로고와 화려한 디자인을 빼고 끔찍한 사진과 경고 문구로 대신하게 했다.

담배회사들은 이에 대해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호주 대법원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담뱃갑 디자인을 규제하는 것은 결코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로 호주에서는 12월부터 모든 담뱃갑 디자인이 천편일률적이 된다. 제조사가 JT인지 BAT인지 필립모리스인지에 상관없이 담배는 모든 담배의 대명사가 되는 것이다.

호주의 경우 흡연율은 20% 이하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담배시장 규모도 연간 95억달러에 불과하다.

담배회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세계 담배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호주의 판결이 다른 나라로도 번지는 것이다. 특히 시장 규모가 1610억달러에 달하는 유럽연합(EU)에도 영향이 미칠 경우 사운까지 좌우할 수 있다.

일본 JT의 경우 1977년부터 출시된 ‘마일드세븐‘의 이름을 내년부터 ‘MEVIUS(메비우스)’로 바꾼다고 한다.

마일드세븐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는 브랜드 이미지 때문에 세계 5위 브랜드로 떴다.

JT가 눈물을 머금고 마일드세븐을 버리게 된 것은 글로벌화가 신통치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마일드세븐은 70% 이상이 내수다.

하지만 이는 섣부른 결정이 아닌가 싶다. 호주의 판결이 세계적으로 확산될 경우 브랜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담배업체들이 똑같은 담뱃갑으로 경쟁하려면 가격이 승부수가 된다. 담뱃갑 어딘가에 내용물을 볼 수 있는 창을 마련해 자사의 제품을 어필하는 것도 방법이다.

담배를 찾는 소비자나 판매자도 번거롭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담배를 구입할 때 진풍경이 예상된다.

“지난번에 샀던 걸로 스무 보루 주세요”

“종류별로 다 주세요”

“말보로 찾아주면 100원 더낼게요”

결국 머지않아 담뱃갑들은 반란을 일으킬 것이다.

이유없는 반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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