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김인철 성균관대 교수 "공짜란 모두를 망하게 하는 것"

입력 2012-08-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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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1일은 전 시카고대 밀턴 프리드만 교수가 살았으면 100세가 되는 날이었다.

세계 언론은 그의 생전의 업적을 소개하고 평소 이념을 기리는 기사를 많이 실었다.

필자가 프리드만 교수를 처음 만난 때는 1976년 봄 학기였다. 당시 나는 시카고 대학 대학원 1학년생이었다. 그는 160cm 정도로 평균 미국인에 비하면 매우 단신이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매우 낭랑했고 발음이 분명했기 때문에 외국학생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그가 화폐론을 강의하는 중에 필자는 그에게 “교수님께서는 경제에서 화폐만이 중요하다고 주장하셨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라는 당돌한 질문을 던졌다.

그의 대답은 매우 의외였다. 프리드만 교수는 “내가 화폐만이 중요하다고 한 적은 없고 경제에서 화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적은 있다”면서 “다만 언론에서 조금 과장하다보니 본인이 화폐만이 중요하다는 사람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그게 좀 안타깝다”고 말했다.

프리드만 교수는 1967년 12월 미국경제학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당시 학회장 취임연설에서 통화정책의 역할에 대해 “미국의 경우 통화량을 줄이면 인플레율을 확실하게 낮출 수 있으나 통화량을 늘인다고 해서 생산이 늘고 고용이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며 소신을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은 그의 저서 ‘미국의 화폐 100년사’에 근거를 둔 것이다.

그는 이를 통해 대표적 업적을 인정받아 1976년 12월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노벨상을 받기 몇 달 전에 프리드만 교수는 은퇴선언을 했다.

1976년 가을학기 학기가 끝나고 1977년 1월부터 겨울에도 따뜻한 스탠포드 대학의 후버연구소의 연구원자격으로 간다고 해서 많은 학생들이 서운해했던 기억이 난다.

시카고 대학 교수들은 그 당시 70세가 넘어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왕성한 저술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그가 노벨상을 받았던 나이는 65세에 불과했다.

그는 화폐론자로 알려져 있지만 대중을 위한 강연에서는 자유기업과 작은 정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그의 ”공짜 점심은 없다!”는 주장은 유명하다.

그는 은퇴 결심을 한 후 76년 봄 학기가 끝난 6월 연구실을 정리하면서 소장했던 헌책과 쓸모 없어진 오래된 노트를 분리해서 버리고자 했다.

그는 그것들을 바로 버리지 않았다. 그는 경제학과 사무실 벽에 “대학원생 중에 내 헌책과 노트가 필요한 이가 있다면 가지고 가라”는 게시문을 붙였다.

필자 역시 그의 장서와 노트를 둘러보러 갔었는데 흥미롭게도 그의 물건들 각 품목마다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가격은 1달러나 1달러 50센트 정도로 쌌다. 프리드만 교수는 먼저 온 학생들이 무조건 다 집어가지 못하도록 나름대로 필요에 맞게 적정가격을 붙여 놨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으면 대가를 지불하라는 황금률을 학생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국가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공짜를 허용하거나 잘못된 프리미엄을 인정해주면 결국 국가재정이 거덜날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경제충격을 이기지 못하게 된다.

나아가 금융기관이 도산하고 대량실업이 발생함으로써 온 국민이 고통당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입시문제의 근본 원인은 특정 일류대학 졸업자에게 부당한 프리미엄을 주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대다수 학생들은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사회적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묻지마’식 입시준비를 하고 있다.

한번 높은 위치를 차지한 자들은 평생 동안 이를 내놓지 않으려고 외부인의 진입을 막기 위해 장벽을 높이 쌓음으로써 독점적 이익을 유지하려 한다.

그래서 학군 좋은 곳의 집값이 항상 먼저 오르고 또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어설프게 과도한 부동산 규제를 되풀이 하면서 결국 부동산 정책이 실패하면 경제전체가 무너져 내리게 된다.

공짜는 결국 모두를 무너지게 하는 것이다. /김인철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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