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시선파괴]영화와 권력

입력 2012-06-2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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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연예팀장

한때 ‘땡전스타’로 불리며 전 국민의 머리 위에 계셨던 분. 지금은 ‘29만원 할아버지’로 불리는 그분 말이다. 공중파 방송 9시 뉴스 ‘땡’ 소리와 함께 ‘전XX 각하’는 이란 뉴스가 시작된다. 뉴스 시작을 알리는 ‘땡’소리와 그 할아버지의 성씨인 ‘전’을 따서 ‘땡전스타’로 대중들은 불렀다. 별이 네 개인 대장으로 군복무를 끝내셨으니 ‘스타’란 말도 억지는 아닌 듯하고.

그 분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아 국민들의 복장을 긁어 놓으셨다. 전 재산 29만원을 공언하셨던 할아버지가 육사 사열과 함께 꽤 두둑한 기부금까지 전하셨으니 말이다. 전 국민이 들끓었고, 심지어 한 초등학생은 ‘29만원 할아버지’란 글을 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 여당 의원은 “그 분은 사면된 사람이다. 사열 논란은 오버”라며 진보 측의 지적을 반박했다.

자, 비슷한 시기 ‘29만원 할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한 ‘26년’이란 영화가 제작을 발표했다.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5.18 광주 민주화 항쟁의 상처를 안은 사람들이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해 벌이는 과정을 그린단다. 원래 이 영화는 2009년 제작을 준비했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투자가 취소됐던 작품이다. 이유는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심증뿐이고 물증이 없으니 대 놓고 할아버지에게 따질 수도 없는 상황 아닌가. ‘26년’ 제작사 대표는 “(투자 취소 당시) 정치적 분위기라고 명시한 곳도 있었다”고만 전했다. 확인할 수 없지만 충분히 이해되는 심증이다.

‘26년’과 비슷한 성향의 또 다른 영화도 제작이 발표됐다. 배우 한은정이 주연으로 낙점된 ‘퍼스트 레이디’다. 대통령의 부인을 뜻하는 퍼스트 레이디. 영화 주인공은 대한민국 역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여성 중 한 명인 육영수 여사다. 올해 말 개봉 예정이란다. 제작 배경은 안 봐도 비디오 아닌가. ‘29만원 할아버지’에 비교될 수는 없지만 사후 33년이 지난 지금까지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그 분’의 큰 딸 되는 분이 올해 말 대선 출마에 나설 것이 기정사실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파란 기와집’ 주인 아닌가. 영화 ‘퍼스트 레이디’의 제작 발표. 이상하게 묘한 구석이 느껴진다.

올해 초 개봉해 기록적인 흥행에 성공한 ‘부러진 화살’을 보자. 영화 속 김경호 교수는 “이게 재판이냐 개판이지”라며 사법부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공론화 시켰다. 그 개판은 옳은 것이 틀리고 틀린 것을 옳은 것으로 바꿔 버리는 권력의 이면을 지적한 것 아닐까. ‘부러진 화살’을 만든 정지영 감독은 최근 고 김근태 의원의 자전적 수기인 ‘남영동’을 바탕으로 한 영화의 촬영을 끝마쳤다. 개봉은 대선 즈음인 11월께로 예정돼 있다.

철저한 상업영화로 기획돼 큰 성공을 거둔 ‘댄싱퀸’에서도 비슷한 언급이 나온다. 영화 속에선 정치판을 ‘똥통’이라고 부른다. 권력의 중심에선 기득권이 야합과 권모술수로 도전과 열정을 가진 주인공을 끝내 나락으로 떨어 트린다.

여러 영화들이 그리는 권력의 속성. 그리고 그 속성의 실체. 대중들은 과연 어떤 힘의 모습을 원할까. 영화 속 바람이 현실의 바람으로 이어질까. 분명한 것은 이들 영화가 오는 ‘12월의 잔치’를 기다리는 분들에게 결코 곱지 않은 인상을 줄 것이란 점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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