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가 독점권을 행사해 온 예산체제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가 악화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본격적으로 개편에 나설 태세다.
특히 무상급식에 이어 만 0~5세 무상 양·보육비 지원 등 각종 무상복지가 현실화되면서 지자체의 부담이 가중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국회에 ‘지방재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지방재정난 해결을 위한 세율조정, 재원배분, 국세수입 이양 등을 위한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문제를 차일피일 미루던 새누리당도 12월 대선이 다가오자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최근 인천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제는 국가 재정을 재분배할 때라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대선 정국과 맞물려 지방재정 악화 문제를 피해 갈 수 없게 됐다”며 “19대 국회에서 지방재정특위를 만들어 시·도지사가 일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앞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취임과 더불어 19대 국회 개원 즉시 지방재정특위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당시 그는 “향후 지방소비세율 인상, 국세 수입 일부 항목 지방 이양(부동산 양도소득세 등), 사회복지 분야 지방 이양 사업의 국고 지원 환원(출산장려금, 무상급식) 등의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이재오 의원은 ‘연방제’ 수준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을 들고 나와 지방재정 문제가 대선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 의원이 제안한 개편안은 ‘중앙정부-광역시도-기초자치단체’로 되어 있는 현행 3단계 행정 계층구조를 ‘중앙정부-자치시’의 2단계 구조로 개편하고, 교육, 치안, 재정 등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분위기가 이렇게 흐르자 기획재정부도 실무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4일에는 통계교육원에서 1박2일간 일정으로 최근 재정여건 및 예산편성 방향을 위한 ‘시·도 지방재정협의회’를 개최한다. 오는 12~14일엔 지방재정 등을 주제로 한 정책콘서트도 연다.
다만 예산독점권을 쥔 재정부가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재정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로선 지방정부의 의견을 청취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향후 국회 특위가 마련되면 지방재정을 둘러싼 재정부와 국회 간 갈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