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손꼽혀온 금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금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금 값은 이달들어 7% 하락했다.
29일에는 1.3% 하락해 온스당 1548.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들어 이날까지 금 값은 1.1% 하락했다.
이 시기에 금 값이 하락한 것은 2008년 이후 처음이다.
투자자들은 금보다는 오히려 미국과 독일 국채가 안전하다고 보고 있다.
HSBC의 제임스 스틸 금 애널리스트는 “미국과 독일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 금을 능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 값은 미 국채 수요가 달러 강세로 연결되면서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결과 달러 기준 금 값은 하락하는 반면 달러 이외의 통화를 갖고 있는 투자자에게는 비싼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인 인도의 경우, 루피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금 소비도 뚝 떨어졌다.
금 값이 루피화 기준으로 오르면 인도의 금 보유자들은 이를 현금화하는 쪽을 선택해왔다.
일부 투자자들은 달러 상승에 따른 리스크가 수 개월 간 계속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투자회사인 애서튼레인어드바이저스는 지난달 고객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금의 비율을 10%에서 5%로 축소했다.
페리 올슨 이사는 “단기적으로 달러 강세를 예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 비중은 60일 후와 90일 후 유럽에서 어떤 소식이 전해질 것인지에 달려 있다”며 “유로 가치는 한층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명 금 상장투자신탁(ETF)인 SPDR골드쉐어즈와 아이쉐어즈골드트러스트도 최근 금을 처분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헤지펀드, 연금, 그 외 펀드매니저들은 5월15일 시점에서 선물 매입 포지션을 줄여 매입 포지션은 2009년 1월20일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밴 엑크 글로벌스 인베스터스 골드펀드의 조 포스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은 현재 안전자산이라기보다 리스크 자산처럼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애서튼의 올슨 이사는 “금은 안전자산”이라면서도 “안전자산의 개념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