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하늘에서 본 지구

입력 2012-05-1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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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KCC 기술지원부

사물의 이미지는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같은 사물도 면면이 다른 느낌을 전하는데, 바로 그 조각을 담아내는 것이 사진인 듯하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사진을 통해 타인의 시선을 느끼고, 배우며 스스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또 때로는 사진이 담는 메시지 그 이상을 상상하기도 한다.

'하늘에서 본 지구'展이 특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일반인들로서는 거의 실현 불가능한, 하늘 위에서 담은 지구 곳곳의 순간을 보여 준다는 것.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40여 년에 걸쳐 항공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어 왔다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얀 아르튀스-베르트랑'의 작품들이, 그가 쌓아온 세월과 명성에 걸맞게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가장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사진은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유명해진 프랑스의 섬 '뉴칼레도니아'. 하트 모양의 섬은 마치 인공적으로 조성된 듯하지만 실제로는 자연적으로 생성되었다는 것이 신기해서인지 관람객들의 플래시 세례를 가장 많이 받는 사진이었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사진들이 보는 순간 경탄을 자아내기에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했다. 세부적인 내용을 알고 보면 조금 더 깊이 들여다 볼 수 있어 좋긴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사진전을 관람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거대한 스케일의 사진을 전시장의 규모에 맞게 프레임을 짜서 넣었다는 것이다. 그런 탓에 사진의 진가가 다소 빈약해지는 듯했다.

'하늘에서 본 지구'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 두 가지를 꼽자면, 먼저 '몰디브의 눈'을 말하고 싶다. 세계에서 가장 지대가 낮다는 몰디브는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해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섬이라고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사라진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았다.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 사진은 '목화 꾸러미들 위에서 휴식 중인 노동자'였다. 배경이 된 곳은 코트디부아르의 북쪽에 위치한 코로코 주였는데, 총 15만 명이 넘는 경작자들이 약 30만 톤에 달하는 면화를 생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 배경을 이해하고 그림을 감상하니 이해가 훨씬 쉬웠다. 녹색 보자기에 싸인 백색의 목화 위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프리카인의 미소가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사진은 '타임머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먼 훗날, 예전의 일을 생생히 기억하고 싶을 때, 사진을 통해 과거의 장소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서 본 지구를 담은 이번 사진들도 '타임머신'이 되어 지금 이 순간의 지구를 영원히 기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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