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금융권 채권회수에만 관심…멀고 먼 워크아웃 졸업

입력 2012-05-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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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횡포 해도해도 너무해

▲지난 2008년 이후 3차례에 걸친 건설사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워크아웃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보다 주택시장 장기 침체와 채권단의 채권회수로 인해 법정관리로 선택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2008년 1차 구조조정을 앞두고 건설사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장면.
지난 2009년 1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A사의 지난해 공공 수주액은 218억원. 워크아웃 전인 2008년 79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3년만에 4분의 1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자체 공사는 1425억원에서 123억원으로 줄었다. 무려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권이 관급공사도 보증을 꺼리면서 수주금액이 줄어 들었다”고 토로했다.

심지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직후 총 사업비 1조원 규모의 서울 사업장과 분양금액 7000억원 규모의 수도권 부지 2개도 차례로 매각됐다. 물론 채권단이 채권회수를 위해 유망한 사업지를 내다 팔았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워크아웃에 돌입한 B건설사도 채권단의 결정에 따라 분양사업지를 매각했지만 매각대금은 구경도 못해 봤다. 계좌에 대금이 들어오기가 무섭게 채권단이 바로 돈을 빼내가기 때문이다.

대신 채권단은 신규 투자는 막아 돈을 벌어 기업을 정상화 시킬수 있는 기회를 사실상 차단하고 있다는 게 건설사들의 주장이다. 결국 이 회사는 재기는 커녕 워크아웃 2년만에 법정관리행을 택해야 했다.

워크아웃 건설사들이 금융권의 횡포로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달 법정관리를 신청한 풍림산업이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풍림산업은 지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풍림산업은 채권단 관리하에서 신규 사업을 강화해 빠르 시일내에 워크아웃을 졸업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최근 자금줄을 틀어 쥔 채권단 사이에서 채권 회수를 마친 금융사와 회수절차를 진행중인 금융사 간 다툼이 일어나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우림건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749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으나 채권단이 3차 신규자금 지원안을 부결시켜 회생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2차례에 걸쳐 약 1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수혈했던 채권단이 430억원 규모의 3차 지원은 안된다는 입장으로 마음을 바꾼 것이다.

특히 채권단은 워크아웃 관리 회사에 대해 채권을 회수해야 하는 목표가 같기 때문에 공사 현장 준공을 위해 자금을 원활히 지원하지만 사업장 준공이 끝나 자금을 회수하면 금융사가 다른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자금을 회수한 금융사 입장에서 추가 지원을 통해 신규 부채를 발생시킬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채권단 내부 갈등으로 자금지원안이 통과하지 못해 건설사들이 부도위기에 몰린다는 것이다.

한 워크아웃 건설사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통해 기업을 살려 채권을 회수하는 방식이 아닌 내 몫부터 챙기자라는 욕심이 워크아웃사를 옥죄고 있다”고 말했다.

알짜 부동산 매각도 워크아웃 건설사의 체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있다.

유망 사업지나 알토란 같은 부동산은 워크아웃 기업들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지만 채권단의 눈에는 타 은행보다 먼저 차지해야 하는 채권회수 물건에 불과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0년 C건설사의 우량 자산인 사옥을 헐값에 매각한 것이다. 이 건설사의 서울 강남 사옥 장부가하액은 900억원대 였지만 채권단이 자금회수를 서두르는 바람에 600억원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매각했다. 물론 매각한 자금은 건설사가 아닌 은행 금고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회사측은 사옥을 제값받고 매각하길 원했지만 채권단에서 매각을 급하게 진행해 헐값에 매각됐다" 며 "건설사로서는 큰 손해를 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 건설사의 해외 리조트 등 돈될 만한 자산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하고 자금지원은 중단했다. 채권단의 마구잡이식 채권 회수에 빈 껍데기만 남은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워크아웃 건설사들은 차라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밖에 없다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은행의 자산건전성 제고에 무게를 두는 워크아웃보다 기업의 회생 자체가 목적인 법정관리를 선택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한 임원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무가 유예되고 자금도 지원받으면서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자산을 모조리 매각 당하고 겨우 숨만쉬는 식물회사로 전락하기도 한다”며 “워크아웃 절차없이 기업회생절차로 돌입한 건설사나 직접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LIG건설을 부러워하는 건설사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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