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변한다]전통적 가족 모습 변하는데…단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도·정책·법적 차별 너무해

입력 2012-05-10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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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영씨는 함재영씨와 3년간의 열애 끝에 가족이 됐다. 어느 날 재영씨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고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져 큰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전 의사가 진영씨에게 와 “위험한 수술이라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진영씨는 “제가 보호자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의사는 거부했다. 진영씨도, 재영씨도 모두 남자였고 법적으로 혼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보호자 동의 서류에 진영씨는 사인을 할 수 없었다.

사회가 변화면서 전통적 의미의 ‘가족’ 모습이 달라져 다양한 가족공동체가 생겨났지만 법과 제도는 이들을 배제하고 있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가족구성권연구모임 등 진보시민단체들은 ‘법적으로 인정받은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도와 정책, 법적으로 차별받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회적 소수자로 각종 복지혜택에서 밀려나고 있는 ‘비혼 여성들’
◇혼인신고자부터 집에 들어와! = 임대주택을 포함한 공공 주택공급 사업은 ‘정상적인’ 4인 가족에게 우선권을 준다. 국민임대주택의 입주자가 될 수 있는 단독세대주 역시 이혼녀와 자녀 등 주민등록상 ‘동거인’이지만 혈연관계가 있는 경우만 허용된다.

주민등록법상 ‘세대’는 주민등록상의 주거 및 생계를 같이하는 집단이지만 임대주택 관련 제도나 임대차보호법에서 이는 혈연가족의 개념으로 좁게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명란 언니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사회가 인정하는 가족뿐만 아니라 비혼자들에게도 주거권은 중요한데 사회는 특정 가족 형태에 주택 분배를 우선하고 있다”며 “혼인을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하는 것이라고 강요하고 제도적으로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미혼모인 당신은 해고야= 미혼모인 전은숙(32·가명)씨는 대학 때 헤어진 남자친구 사이에서 낳은 10살짜리 딸이 있다. 아이와 생계를 위해 소기업의 사무직에서 일을 시작했다. 어느 날 그녀는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를 받았다. 친한 동료에게 아기가 있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었다. 현재 골프연습장에서 캐디로 일하고 있는 전씨는 그날 이후 회사 면접은 물론 회사 사람에게 아기가 있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여성차별철폐국제협약 11조에서는 “임신 또는 출산휴가를 이유로 한 해고 및 혼인 여부를 근거로 한 해고에 있어서의 차별을 금지하고 위반 시 제재를 가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고용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입사 시 제출해야 하는 주민등록증을 통해 혼인 여부가 공개되고 이 과정에서 혼인하지 않은 채 아이가 있는 미혼모나 미스맘들은 항상 고용에서 차별을 당하지만 법적 제재는 부족한 현실이다.

◇가족을 전제로 만들어진 건강보험제도·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건강보험은 친족관계에 기초한 부양-피부양 체계를 보험 가입과 혜택의 기본 원리로 삼고 있다. 따라서 이 관계에서 벗어나는 다양한 가족공동체들은 제도 안에 통합되지 못한다.

국민기초생활법의 경우 주민등록상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가족관계를 끊고 사는 빈곤층은 혜택에서 제외되고 가족이 아닌 미혼모 가정은 혜택에서 배제된다.

가족구성권연구모임은 “기초생활법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삭제하고 개인의 기본권으로서 소득을 보장하는 국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해법이고 건강보험은 시민권에 기반해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의료보장의 수급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며 “그것이 어렵다면 현 제도 안에서 공적 의료보장의 범위를 최대한 확대하고 가입 자격에서 가족(또는 세대)의 범위를 확장해 변화하는 가족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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