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주의 금융난타] 귀닫은 김중수 총재

입력 2012-03-30 10:1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안경주 금융부 팀장

“가장 존재감이 없는 한국은행 총재가 아닐까 합니다. 화려한 언사만 있을 뿐, 주목할 만한 메시지가 조차 없어 시장 참가자들이 애써 총재의 발언을 듣고자 하지 않습니다.”(A증권 고위 관계자)

“정부 정책에 발맞추고 국제공조 등에 매달리면서 정치적으로 성공했을지는 모르지만 정책적으로는 제 기능을 못한 게 문제입니다. 특히 물가안정이라는 본연의 임무엔 소홀했습니다.”(B은행 고위 관계자)

얼마 전 한 증권사와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지난 2년간 행보에 대해 평가를 내려달라는 기자의 부탁에 전해온 답변이다.

오늘로 만 2년을 채운 김 총재에 대한 평가는 혹독했다. 물론 물가와 금리정책의 핵심을 쥐고 흔드는 한은 총재 자리가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이같은 부정적 시각엔 한번쯤 고민해 봐야 한다. 한은 노조가 올 초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김 총재 취임 이후 중앙은행 위상 변화아 업무수행 능력을 묻는 질문에 90%가 부정적으로 답했다는 것은 단적인 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27일 지난 2년의 성과를 정리해서 언론에 배포한 자료에는 자찬 일색이었다. 물론 물가안정에 더해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한국은행법 개정을 이뤄냈고, 파격적인 조직개편과 인사로 한은의 유연성과 개방성을 확대했다. 역풍과 비판의 화살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당당히 실행에 옮긴 김 총재의 추진력만큼은 진심으로 박수를 쳐주고 싶다.

하지만 20쪽이 넘는 자료 어디에도 반성, 아니면 아쉬움은 없었다. 내심 자료 어딘가에 있을 것이란 기대감은 어느 새 낯뜨거움으로 변할 수 밖에 없었다.

김 총재가 요즘 부쩍 강조하는 것이 ‘소통’이다. 그리고 이메일 등을 이용해 직원들과의 직접 소통을 즐긴다. 그러나 보니 ‘직보’가 생겨났다. 직원들끼리 대화를 나누다가도 ‘혹시’ 하며 입을 닫는 불신 풍조도 생겨낳다. 김중수식 조직 관리가 낳은 가장 큰 부작용이다.

김 총재에 대한 외부평가까지 신경쓰는 직원들도 생겨났다. 한은 임직원들을 만날 때면 “외부에서 총재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하지는 알려달라”는 질문을 부쩍 자주 듣는다. 이는 총재가 신문기사나 외부 평가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어느새 한은 임직원들이 김 총재만 쫓으며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되면 김 총재가 한은 총재로서 중앙은행의 대외적인 위상 제고 노력 이상으로 국내 시장과의 소통, 직원과의 진심 어린 소통에 대해 스스로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 궁금해진다.

이제 김 총재의 남은 임기는 2년이다. 김 총재가 그동안 강조했던 소통이 일방통행이 아닌 쌍방향 통행이었는지 이제는 돌아봐야 한다. 지금 한은의 소통 부재가 김 총재의 뜻이 잘 전달이 안 돼서가 아니라 본인이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면서 말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환율 1480원 뚫고 숨고르기… 외환스와프 카드 가동
  • 서울 주택 공시가 4.5%↑…강남·마용성 세 부담 늘듯
  • '쌍란' 달걀의 진짜 정체 [에그리씽]
  • 키, '박나래 주사 이모' 논란에 결국⋯"집에서 진료받은 적 있어, 깊이 반성"
  • 구조된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누구?
  • 최강록 "거봐, 조리길 잘했지"…'흑백요리사2' 유행어 벌써 시작?
  • AI기술ㆍ인재 갖춘 印…글로벌 자본 몰린다 [넥스트 인디아 上-①]
  • 오늘의 상승종목

  • 12.17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29,231,000
    • +0.4%
    • 이더리움
    • 4,362,000
    • -0.16%
    • 비트코인 캐시
    • 815,000
    • +2.9%
    • 리플
    • 2,842
    • +1.39%
    • 솔라나
    • 189,200
    • +0.26%
    • 에이다
    • 565
    • -0.7%
    • 트론
    • 417
    • +0.24%
    • 스텔라루멘
    • 323
    • -0.62%
    • 비트코인에스브이
    • 27,190
    • +0.18%
    • 체인링크
    • 18,870
    • -1.36%
    • 샌드박스
    • 178
    • +0%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