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타임 전문가 칼럼]아빠가 피곤할 때의 놀이, 슈퍼맨놀이

입력 2012-03-22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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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장
아들이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에 입학하니 키도 커졌지만 힘도 엄청 강해졌다. 또한 왠만한 놀이를 하고도 쉽게 지치지 않는다. 어느 날, 거실에서 ‘코모도 도마뱀놀이’를 했다.

아빠가 아이의 양발을 잡으면 아이는 양손으로 엉금엉금 거실을 기어가는 놀이다. 처음에는 한 시간도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치더니 5분 정도를 기어가보니 그게 아니었다. 아들은 힘이 들다고 바닥에 엎드리며 더 이상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항복을 한다. 그래서 좀 더 하자고 채근을 했더니 죽어도 못한다고 죽는 시늉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놀이를 하다보면 양 팔에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소모되면서, 동시에 젖산이 나오므로 급격한 피로감을 주기 때문이다.

때론 ‘지구들기’도 했다. 아이에게 물구나무를 서게 한 후, 양발을 잡아준다. 모양으로 보면 영낙없는 지구들기다. 그 상태에서 팔굽혀 펴기를 하면 숫자를 크게 외쳐준다. 이것도 오래 할 것 같지만 1분을 넘기지 못하고 포기한다.

작년, 안성에서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촬영을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인데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다. 아이는 학교에서 무소불위의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담임 선생님의 말씀 “이런 아이는 30년 교직생활을 하면서 처음 봅니다”라고 할 정도다.

친구들과 규칙이 있는 수업을 할 때, 자신의 맘에 들지 않으면 판을 엎어버리는 그런 성격이며, 고학년 형들에게도 힘에서 밀리면 돌을 집어 던지려고 하기에 누구도 제지하지 못한다.

이 아이에 대한 자료가 왔을 때, 과연 무슨 놀이치료를 할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슈퍼맨놀이를 선택했다. 재료는 신문지 50장과 포장용 테이프이다.

먼저 신문지를 모두 짧은 시간에 빠른 속도로 찢게 했다. 이 동작은 사실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주는 놀이 아닌 놀이다. 그리고 그 조각을 모아서 뭉친다. 그리고 테이프를 감아 커다란 지름 30센치의 공을 만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발차기 미션에 들어갔다. 아빠가 공을 양손으로 잡고 아들이 차는 놀이다. 발차기 200번을 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큰 소리로 자신이 있다고 한다. 그의 아빠가 양손으로 잡은 후 아이가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빠는 찰 때마다 그 숫자를 세었다. 50번까지는 그 속도가 정말 빨랐다. 아빠의 목소리는 거실이 떠나갈 정도로 크다. 그러나 100번을 넘기면서 몸의 중심을 잃고, 그 속도가 현저하게 늦다.

이 때, 아이는 양발로 차도 되냐고 질문을 한다. 그래서 즉시 허락을 했다. 이젠 양발을 번갈아서 공을 찬다. 하지만 150번을 넘기니 다시 속도가 줄기 시작한다. 발이 올라가기 않으니 손으로 움켜잡고 올린다.

결국 200번을 성공했다. 아이는 상체를 완전히 구부리며 헉헉거리다 바닥에 큰 대로 누워버린다. 얼굴에는 땀이 비가 오듯이 흐르고 있다. 아빠는 아들이 장하다고 껴안아주었다. 그러나 왠일인지 아들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안겼다.

사실, 아빠가 아들을 껴안아준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그러면서 그 아이의 마음속에 잠재되었던 아빠에 대한 분노는 사랑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럼 슈퍼맨 놀이의 특징은 무엇인가? 아빠가 피곤하거나 지쳐있을 때 아이와 하는 놀이이며 짧은 시간에 아이를 지치게 하는 놀이다.

이 놀이에서 에너지의 소모를 보면, 아빠의 경우, 10~20% 정도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아이는 80~90%의 에너지를 쓰는 놀이다. 한마디로 짧은 시간에 아이를 피로의 정점에 올려놓을 수 있다.

위의 발차기의 경우, 아빠도 에너지를 쓰지만 10%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슈퍼맨 놀이를 하면 아이의 경우 5분을 넘기기가 쉽지 않다. 단시간에 특정 부위에서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놀이의 유용성은 아이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 사실, 유아인 경우, 도구놀이나 신체놀이를 자유자재로 하기 쉽다. 하지만 초등학생이 되면 사정은 딴판이다. 정상적인 놀이를 할 경우, 아이보다 아빠가 먼저 탈진상태가 되기 쉽다. 그래도 아이는 지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러한 아이의 신체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놀이면서, 아이의 입장에서도 마음껏 놀 수 있으므로 만족한다. 그러나 주의할 점도 있다. 아이와 놀이를 할 때, 항상 슈퍼맨 놀이만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아이가 아빠와의 놀이를 기피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셀프놀이와 비교를 해보자. 이 놀이는 아빠가 아이와 신체접촉을 아예 하지 않으면서 주로 아빠의 목소리를 사용하며 하는 놀이다. 하지만 슈퍼맨놀이는 신체접촉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둘 다 단시간에 아이의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놀이라고 이해를 하면 된다.

슈퍼맨놀이의 종류에 대하여 알아보자. 우리가 다 아는 윗몸일으키기가 있다. 아빠가 앉아서 아이의 양발을 잡고 아이가 윗몸일으키기를 하면 된다. 이 때, 아빠는 아이가 1회를 할 때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이라고 그 숫자를 큰 소리로 카운트를 해준다. 그러면 아이는 능력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되고, 한 가지 놀이로 파김치가 된다.

딱지치기도 있다. 서로 한 번씩 딱지를 치면 일반적이지만 그럴 경우, 아빠가 항상 이겨서 재미없다. 그러므로 그 이유를 들면서 핸디캡 딱지치기로 변형을 하면 된다.

아이가 두 번을 치고 아빠가 한 번을 치면 된다. 그래도 아빠가 이긴다면 아이가 3번을 치게 하면 된다. 이럴 경우, 아빠가 20번을 치면 아이는 60번을 치게 된다. 한 마디로 아이는 아빠보다 3배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놀이가 끝나면 아이는 헉헉거리게 된다.

이불끌기놀이도 좋다. 거실에서 이불을 펼쳐놓은 다음 아빠가 그 위에 눕는다. 그리고 아이가 이불을 잡고 거실 끝까지 끌고 가면 된다. 이 때, 아빠는 ‘우리 아들 힘이 센데’라고 칭찬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베개 주고받기도 이에 해당된다. 그저 서서 서로 주고 받으면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만유인력이 작용하고 두 사람의 힘의 크기가 다르다. 아이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올려서 던져야 한다.

그러므로 매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아빠는 아이보다 힘이 세지만 위에서 아래도 던진다. 그러므로 별로 힘이 들지 않는다. 약 30~40번만 해도 아이는 매우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냥 하면 재미가 없으므로 ‘동물이름 말하기’ 혹은 ‘과일이름 말하기’ ‘숫자세기’ ‘ABC..'말하기 등을 하면 재미있다.

베개 싸움도 마찬가지다. 서로 베개를 잡고 상대방을 공격을 한다. 이 때, 아이는 주로 공격을 하고 아빠는 수비만 해도 충분하다. 하지만 아이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베개를 이동시켜야 함으로 더욱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아빠는 베개로 수비를 하면서 ‘아이쿠~’ ‘우리 아들 힘이 센데’라고 추임새만 넣어주면 된다. 그러면 아이는 신이 나서 아빠를 공격하지만 5분이 지나지 않아 제 풀에 지쳐 바닥에 뻗게 된다.

이제 아이와의 놀이 특징을 생각해 보자. 영,유아일 때는 쉽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더욱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신체놀이의 경우, 어릴 때는 쉽게 아이를 들고, 업고, 안으면서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지만 점점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무겁거나, 나이를 먹으면 이제 도구놀이로 이동해야 하며, 슈퍼맨 놀이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놀이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아빠의 컨디션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라는 사실이다. 내가 너무 힘들어서 쓰러지기 직전인데 아이와 놀아줄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경우, 슈퍼맨놀이를 한다면 아이와 아빠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다.

얼핏, 아이와의 놀이란 무언가 아빠가 많이 놀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쉽다. 그러나 그것은 관념이다. 바로 놀이란 교감이요, 상호작용이다. 쉽게 말해서 아이와의 좋은 감정이 오고 가면 곧 놀이란 사실이다.

더구나 아빠들이 슈퍼맨놀이를 사용하기 시작한다면 놀이에 대한 내공은 더욱 깊어지고, 아이들과 더 많은 행복을 나누게 될 것이다.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놀이가 최고의 교육입니다" 키즈타임(www.kiz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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