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이 2100원에 달하는 등 고공행진 중임에도 승용차 이용은 크게 줄어들지 않아 ‘고유가 불감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기술적인 이유로 정확한 수치의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지난 2월 말 전국 평균 기름값이 2000원을 돌파한 이후 서울 126개 지점 도로 교통량에 대체로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운전자들 역시 도로에서 체감하는 교통량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말한다. 서울의 개인택시기사 유정원(62·남)씨는 “막히는 곳은 똑같이 막히고 걸리는 시간도 비슷한 것 같다”며 “큰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유씨는 “(기름값이 장기간 오르고 있어) 요즘엔 100~200원 정도 오르는 것 정도는 큰 느낌을 받지 않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임은택(30·남)씨도 도로에서 변화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임씨는 “업무 특성상 출퇴근·외근 시 거의 매일 운전을 한다”며 “기름값이 올랐다고 도로가 한산해졌다거나 차가 줄었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대중교통 이용객 숫자도 눈에 띄는 변화를 찾기 힘들어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파악한 출근 시간 이용객수는 지난 2월 20일 39만명에서 3월 12일 현재 48만명정도로 9만명 늘어났다. 공사 관계자는 “입학과 개학, 신입사원 입사 등 계절적 요인에 따라 3월이면 지하철 이용자가 늘어난다”며 “기름값 인상과는 무관한 증가”라고 설명했다.
녹색소비자연대 녹색시민권리센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름 값 상승에 따라 주유비가 올라 대중교통 이용이 증가했는가’란 물음에 전체 응답자 958명 중 절반이 넘는 52.3%가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응답했다.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이재민 교수는 “연구 결과 기름값이 저렴할 때 늘어나는 운전자 수보다 기름값이 오를 때 줄어드는 운전자 수가 적다”며 “특이한 점은 고유가 시대일수록 사람들이 기름값에 더 둔감해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