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신문로의 한 카페에서 김소연을 만났다. 먼저 기억 속 김소연을 떠올려 봤다. 성숙함과 섹시함. 몇 년 전 한 영화제 레드카펫에서 선보인 파격 노출의 드레스도 김소연에 대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본인도 스스로가 섹시함을 알고 있을까. 딱 김소연스러운 너털 웃음이 돌아왔다.
그는 “정말 내가 섹시한가. 너무 큰 칭찬 같아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기왕이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섹시한 모습의 여배우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가 꼽은 섹시 롤모델은 홍콩 배우 장만옥. 김소연은 “섹시함도 다 같은 느낌은 아니지 않은가. 장만옥의 섹시함이 갖는 내공을 품고 싶다”고 덧붙인다.

김소연은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내 외모만 보고 벗는 배역이 많이 들어왔다. 솔직히 내가 하고 싶은 역도 별로 없었다”면서 “흔히 말하지 않나. 궁합이 맞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1997년 영화 ‘체인지’로 스크린 데뷔를 한 뒤 영화와는 멀어지는 듯 했다. 2005년 홍콩영화 ‘칠검’에 출연한 바 있지만, 마음은 항상 충무로에 있었다고. 그래서인지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가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못해 너무 크다. 우선 너무 걱정을 했는지 며칠 사이에 살이 너무 빠졌단다.

김소연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불러주지 않은 영화계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듯 ‘가비’에 죽을힘을 다해 달려들었다. 미친 듯이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승마와 액션 연습에도 매진했다. 이미 드라마 ‘아이리스’를 통해 경험해 본 것들이지만 ‘가비’ 만큼은 틀렸다고.
그는 “나한텐 ‘가비’가 데뷔작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만약 실패한다면 15년 간 영화를 쉰 나 자신에게 ‘이러니 그런 것 아니냐’는 핑계거리를 주게 된다”면서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그 만큼 독하게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6일 언론에 공개된 ‘가비’에서 김소연은 능수능란한 감정의 완급 조절로 작품 속에 자신을 완벽히 녹여냈다. 인터뷰 당시 내뱉은 ‘죽기 살기로’가 눈에 보일 정도였다.

김소연은 “사실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구매했다. 책도 비교적 얇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따냐’란 여자의 삶에 빠져버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 자체의 스토리가 생략과 축약이 많은 편이다. ‘따냐’란 인물에 빠지고 여백으로 남은 스토리의 궁금증이 커지면서 ‘가비’에 빠져버렸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만난 인연은 한 동료 배우의 손을 거친 뒤 김소연에게 왔다. 캐스팅 당시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고. 하지만 현실이 됐고, 이제 그 현실은 오롯이 관객들의 손으로 넘어가기 직전이다.

김소연은 “살이 쪽쪽 빠지고 잠도 못 자고 힘든 날들이다. 나랑 영화가 안 맞는 건가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커피를 처음 마셨을 때도 그랬던 것 같다. 너무 쓰고 속도 아프고”라며 “첫 경험은 힘들지만, 그 후에는 절대 끊을 수 없는 것. 그것이 김소연이 느끼는 커피와 영화, 그리고 영화 속 따냐의 가비가 아닐까 생각된다”며 웃는다.
마지막으로 이투데이 인터뷰 공식 질문으로 들어갔다. 흥행 공약을 부탁했다.
“400만을 넘기면 광화문에서 시민들과 신나게 프리허그를 하고 싶다. 15년 만의 영화 복귀 성공을 도와 주신 분들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