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 / 박봉규 대성에너지 사장

입력 2012-03-05 08:38 수정 2012-03-0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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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프로야구에 밀려 언제 경기가 있는 지도 모르는 처지가 되었지만 프로야구가 태어나기 전까지 고교야구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청룡기 야구대회도 그 중의 하나였다.

특별히 청룡기대회가 재미를 더했던 것은 패자부활전이 있다는 점이었다. 전국에서 예선을 거친 팀들이 적어도 8강에 들어올 정도면 실력 면에서는 모두가 우승 후보이다. 토너먼트 경기의 특성상 한 게임에서 지면 바로 보따리를 싸야하는 것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한 것일까? 패자부활의 기회를 준 것이다. 패자부활전을 통해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세상살이에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다. 아니 역사발전을 위해 경쟁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경쟁은 그 장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는 피를 말리는 고통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를 통해 사회 전체는 발전하게 된다.

우리와 북한을 비교해 보자. 다 같은 단군의 자손이요 해방직후 부존자원이나 산업여건에서 우리보다 앞섰던 북한이 왜 우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처지로 떨어졌는가?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우리는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북한은 계획경제를 고집한 것이다.

시장경제는 자유를 바탕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개개인의 창의와 노력을 통해 발전하게 된다. 그러나 계획경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열심히 일 할 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 있는 것을 함께 나누어 먹으면서 마냥 즐기기에는 좋은 제도일지 몰라도 그래서는 제대로된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경쟁이 결코 피해갈 수없는 것이요 오히려 필요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적극적으로 국가사회의 경쟁력 향상의 도구로 삼아야 한다. 더구나 지금은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있었던 산업화 시대가 아니다. 개개인의 창의력이 중시되는 지식기반경제시대이다. 창의력을 발휘하게 하는 바탕으로서 경쟁과 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시대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경쟁이 지나쳐 사회통합을 해치거나 경쟁의 결과가 고착화된다거나 또는 경쟁이 이루어지는 터전 자체가 공정하지 못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그것이 굳어지고 유동성이 떨어지면 사회전체의 활력이 저하되고 경쟁력도 없어진다.

한반도의 변방에 위치하여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국력이 약했던 신라가 3국을 통일 할 수 있었던 기반은 열린 마음이 바탕이 된 폭넓은 인재등용과 경쟁체제에 있었다. 신라는 멸망한 가야의 후예인 김유신과 김춘추에게도 기회를 주고 화랑제도를 통해 신분이 아닌 실력중심의 경쟁사회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패자부활전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삼국을 통일한 후 신라는 고구려, 백제의 유민을 받아들여 활용하는 통 큰 정치를 펴기는 커녕 성골이니 진골이니 하는 골품제에 매달리며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했다. 패자부활전의 싹을 아예 없애버렸다. 그 후 신라는 멸망의 길로 내닫게 된다.

지금 우리의 형편은 어떠한가? 경쟁의 결과인 경제적 양극화가 사회의 양극화로, 나아가서는 신분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개천에서는 용이 날 수 없는 세상이 된 것이다.

우리 경제와 사회의 활력을 회복시키고 사회통합을 이루는 길은 끊임없이 패자부활전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약자에게도 재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보육, 교육, 복지와 같은 소프트 인프라가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능력과 의욕만 있다면 누구나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것이 가능하도록 사회적 자산을 더 늘려야 한다. 한번 낙오하게 되면 대를 이어가며 패배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건너, 또는 당대에서도 도전과 변신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야 한다. 이를 위해 예산이 필요하다면 예산 항목을 조절해서라도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요, 그것으로도 모자란다면 세금을 조정하는 것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국가의 책무다.

우리 국민은 삼판양승을 좋아한다. 일본의 스모는 단판 승부인데 비해 씨름은 세판 또는 다섯 판까지 하여 승부를 결정짓는다. 패자부활을 용인하고 장려하는 마음이 우리 민족의 DNA 속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장점을 잘 활용해야 적은 노력으로 더 큰 성과를 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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