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팀', 그룹 내 국정원…정부·정치권 향한 안테나

입력 2012-03-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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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서 일하고 양지 지향한다" 드러나지 않지만 핵심부서…정권교체기 더욱 바쁜 발걸음

▲국내 주요그룹은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하는 대관업무 전담조직을 운영, 정책입법과 정부터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은 회사 내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으면서 최고경영진의 경영판단에 참조가 될 만한 정보를 수집하는 핵심부서로 평가받는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의 모토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이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모든 정부 부처가 유기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국정원은 각종 정보수집과 분석을 통해 국가정책결정의 자료로 활용한다.

이는 국가기관 만의 얘기는 아니다. 국내 주요 그룹들도 국정원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부서와 임직원을 두고 그룹 발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들이 바로 재계의 공공연한 비밀 중 하나인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대외협력담당자들이다.

특히 지난해 대표적인 국내 재계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 고위관료와 주요 정치권 인사들을 상대로 한 ‘로비 할당’ 계획내용이 담긴 문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재계의 공공연했던 ‘대관 업무’의 실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관 업무’란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정부부처는 물론 검찰·경찰·국세청과 같은 사정기관을 상대하면서 정부·정치권과 해당 그룹(기업)의 소통역할을 하는 것을 일컫는다.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경제부처가 밀집한 과천 정부 제2청사나 법률을 제·개정하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공식적으로 출입증을 발급받은 뒤 관련부서 공무원 및 국회의원(보좌진)들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정부 부처나 정치권의 동향을 상시파악한 뒤 보고해 그룹(기업) 최고 경영진이 대응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사전 배경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명칭도 역할도 각양각색= 지난해 9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장충기 커뮤니케이션팀장(사장)을 미래전략실 차장으로 임명했다.

장충기 차장은 삼성그룹 내 대표적인 ‘대관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장 차장은 과거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등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에서 기획업무 담당으로 뼈가 굵었다.

삼성그룹의 기획팀은 경영기획을 수립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정보수집 및 분석, 대관업무를 주로 하는 곳이다. 삼성그룹은 과거부터 기획팀 내에서 대관·정보 업무를 담당했지만 일반적으로 주요 그룹(대기업)의 대관업무는 대외협력팀이라는 곳에서 이뤄진다. 이들 조직의 수장과 규모, 구체적인 역할 등은 철저히 보안에 붙여지고 있다.

더욱이 주요 그룹들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고 과거처럼 그룹의 개념이 점차 약화되면서 대관업무도 자연스럽게 각 계열사별로 해당사업과 연계된 정부부처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성그룹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대관업무는 경영지원실 내의 업무팀이 담당한다. 지난 연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박두익 부사장이 수십명의 팀원과 함께 지식경제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부처와 관계된 업무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업무팀은 지난 2005년 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관련 조사 당시 조직적으로 공정위 조사를 방해한 사실이 드러나 입방아에 올랐다. 삼성전자 업무팀은 ‘공정위 조사대비 요령’이라는 대외비 문건을 작성, 계열사에 전달해 공정위 조사에 대응하는 방법 등을 사전에 숙지시킨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을 놀라게 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삼성전자 업무팀의 역할에 대해 ‘너무한 것 아니냐’는 평가와 함께 ‘과연 삼성’이라는 평가가 엇갈리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략기획담당인 정진행 사장이 대관업무를 총괄하면서 정책기획팀에서 대관업무를 총괄한다.

현대차그룹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과 같은 기구는 두고 있지 않지만 정책지원실이 대관업무를 담당하면서 정 사장의 지휘를 받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그룹 차원의 대관업무를 별도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LG경제연구원이 대관 업무의 창구로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LG전자는 이충학 전무를 중심으로 20~30명의 대외협력담당 임직원들이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원 등 자사 업무와 연관이 있는 정부 부처를 상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SK그룹 역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실질적인 대관업무는 SK이노베이션이나 SK텔레콤과 같은 주력계열사가 담당하고, 그룹에서는 계열사별 대관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9년 SK그룹으로 영입된 금융위원회 출신의 박영춘 전무가 CR팀 소속 6~7명과 함께 대관업무를 관장하고 있다.

GS그룹도 지주회사체제 전환에 따라 각 계열사별로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인 GS칼텍스는 이영훈 상무를 위시해 5명의 에너지업무팀원들이 지식경제부의 석유산업 관련 이슈와 동향을 점검한다.

포스코는 CR본부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포스코 홍보실에서 잔뼈가 굵은 김상영 CR본부장(부사장)이 대관업무를 총괄한다.

한화그룹도 구조조정본부의 역할을 하는 경영기획실 내에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팀이 있지만 철저히 보안에 부치고 있다.

한진그룹의 경우 이 모 전무가 경영지원 1팀(대관)과 경영지원 2팀(정보) 등 10명과 함께 한진그룹의 대관·정보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 홍보맨·외부인사 등 특정 유형 출신 선호= 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홍보실 출신이거나 검찰·공정위 등 권력기관 출신 등 특정유형으로 나뉜다.

우선 홍보맨들이 대관업무를 담당하는 것은 사람을 만나는 직업을 했기 때문이다. 홍보맨들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기자들을 상대하는 것이다. 다양한 성향의 기자들을 상대한 까닭에 홍보업무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반 점쟁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이다.

그들의 이같은 장기(?)가 대관업무까지 이어져 기업과 해당부처 간의 원활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때 대관업무를 맡았던 대기업 홍보담당자는 “대관업무와 홍보업무는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며 “자사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부와 언론을 설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대관업무와 언론홍보업무 담당자들이 교차근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 공정위, 국세청 등 권력기관에 대한 대관업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해당 기관 출신들을 영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들을 대관업무 담당으로 직접 영입하거나 혹은 사외이사 등으로 영입, 원활한 대관업무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아울러 해당기관을 오랫동안 출입했던 기자도 기업 대관업무부서가 선호하는 영입후보군 중의 하나로 꼽힌다.

◇ 정관계 동향 파악에 올인= 최근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더욱 바빠졌다. 정관계 모두 ‘대기업 때리기’에 집중되다보니 해당 기업의 입장을 설명하고 ‘대기업 때리기’가 언제,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특히 총선과 대선이 모두 열리는 올해에는 대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이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곧 향후 기업경영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최근 대기업들은 대관업무를 담당할 인력확보에 여념이 없다. A그룹 대관업무 담당자는 “최근 대관업무를 담당할 적임자를 찾기 위해 헤드헌팅 회사에 연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또 퇴직한 전직 대관업무 담당자를 다시 영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장기간 인적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가 필수요소인 대관업무의 특성상 마땅한 인재를 영입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B그룹 대관업무 담당자는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의원의 경우 선거준비를 위해 의원회관보다는 지역구 사무실에 가는 경우가 많아 업무진행에 애로점이 많다”며 “이에 따라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이 아닌 주요 정당에 대한 동향파악이 대관업무의 핵심으로 변경됐다”고 전했다.

특히 양대선거가 실시되는 올해에는 국회를 포함한 정치권의 동향파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여의도를 찾는 발걸음은 더욱 잦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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