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타임 전문가 칼럼]역지사지놀이

입력 2012-02-16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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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장
여기는 경기도 양평. 서울시와 법원에서 주관하는 1박 2일 캠프다. 그 대상은 바로 이혼숙려제 가족이다.

이미 당사자 간에 이혼을 결정했지만 법원의 권고로 숙려기간을 갖는 것이며, 그 기간에 캠프가 열린다. 대부분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왔다.

아이들의 나이도 미취학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아이들의 눈빛이 이상하다.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는다. 행사준비를 하느라 한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했더니 냥 모른 척을 하며 지나간다.

다른 아이는 눈을 부릅뜨고 1초동안 쳐다보더니 그냥 간다. 계절은 초가을인데 아이들의 마음은 엄동설한이 따로 없다. 고민이 생겼다.

놀이의 기본 요건은 나이가 비슷해야 하는데 그 것도 아니고, 또한 마음에 분노가 가득 차 있으니 무슨 놀이를 해야 좋을지 고민이다.

그러나 놀이를 시작하니 금방 해결되었다. 분노의 눈빛을 한 아이들을 겨우 10분이 지나지 않아서 뭉친 마음을 무장해제하게 만들었다.

아니, 그 분노를 웃음으로 승화시켜서 엄마도, 아빠도 아이들도 웃음이 폭발하여 금방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도대체 무슨 놀이를 한 것일까? 그 비밀은 바로 역지사지놀이다. 이 놀이는 바로 아빠와 아이가 서로의 입장을 바꾸어서 하는 놀이라고 이해를 하면 된다.

첫 번째 놀이의 시작은 제식훈련이다. 아빠와 아이가 시범을 보이기 위해 함께 나온다. 그리고 먼저 아빠가 아이에게 군대의 조교처럼 차렷, 열중 쉬엇, 좌향좌, 우향우, 뒤로 돌아를 명령하고, 아이는 그 구령에 맞추어서 절도있게 행동한다. 여기까지는 잠잠하다.

그런데 무슨 놀이를 하는 것인지 숨죽이며 궁금한 눈빛이다. 그 다음은 아이가 아빠에게 제식훈련을 시킨다. 아빠가 한 그대로 아이가 명령한다. 그 순간 명령을 하는 아이와 앉아있는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다른 가족을 부른다. 이제는 유격훈련이다.

아빠가 아이에게 앉아, 일어섯, 앞으로 취침, 뒤로취침, 좌로굴러, 우로굴러, 쪼그려뛰기 등을 시킨다. 중간중간 ‘동작봐라’를 외치며 조교의 흉내를 내본다. 앞으로 취침이란 앞으로 엎드리는 것을 말한다. 아이는 생전 처음하는 동작이지만 민첩하게 하려고 애를 쓴다.

이제 역할을 바꾸어서 아이가 아빠에게 명령한다. ‘앞으로 취침, 뒤로취침’을 하는 순간 명령하는 아이의 입가에서 웃음이 터져나온다.

또한 이를 지켜보는 아이들도 환한 웃음을 웃으며 마음의 문이 활짝 열린다. 이어서 아이가 아빠에게 좌로굴러, 우로굴러를 반복하고, 계속굴러를 외치면 참가자 모두 웃음바다로 변한다.

그동안 아빠에게는 명령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해보였지만 지금은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또한 아빠는 그 명령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저 놀이를 하나 보여주었을 뿐인데 따뜻한 봄날의 햇살같이 행복한 공간으로 변한다.

그럼 왜 역지사지놀이가 분노하는 마음조차 행복한 마음으로 변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아빠와 아이와의 수직적인 관계를 즉시 수평적으로 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모든 아빠들은 아이를 사랑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거해라, 저거해라’는 식으로 명령형의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에선 늘 복종을 해야하고, 적절한 대답을 하면 말대답으로 여겨지면서 마음이 경직되고, 분노나 반항으로 변하기 쉽다. 하지만 역지사지놀이는 곧 수평적인 관계의 놀이다. 아빠가 아이에게 놀이를 시킨다. 이것은 늘 하던 생활의 패턴이라 아빠와 아이에게 별 감흥이 없다.

그러나 놀이가 끝나면 이제 아이가 아빠에게 놀이를 시킨다. 아이의 명령에 아빠가 그대로 움직인다. 그 순간 그동안 아이의 마음에 쌓여있고 뭉쳐있던 분노와 적대감, 갈등과 같은 마음이 우수에 대동강의 얼음이 녹듯이 녹아버린다. 동시에 아이의 마음에서 행복한 엔도르핀이 다량 생성된다.

이제, 아이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더 이상 아빠가 밉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놀이가 사람의 마음을 변하게 하고 관계를 개선시킬 수가 있다. 그런데 이 놀이에서 주의사항이 있다. 처음부터 신체접촉을 하면 효과가 떨어진다. 도구놀이를 하던가, 아니면 접촉을 하지 않으면서 해야 한다.

그럼 여러 가지 역지사지놀이를 알아보자.

1.가위바위보게임

3판 양 선승제로 하며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기다. 이 놀이를 하기 전에 각각 10가지의 옵션을 서로 적고 상호간에 동의를 해야 한다. 그 종류로는 안마해주기, 업어주기, 말태워주기, 시원한 물 떠오기, 수박가지고 오기, 엉덩이로 이름쓰기, 노래하기, 춤추기 등이 있다. 내용이야 서로 원하고 인정하면 무방하다.

2.누운 거북이 돌리기

아이가 누워서 양손으로 장딴지를 잡고 웅크린다. 그리고 아빠는 아이의 다리를 잡고 돌리면 된다. 이 때, 아이는 도는 숫자를 센다. 끝나면 아이가 아빠를 돌린다. 아이는 아빠를 돌렸다는 자부심과 성취감을 얻어서 기분이 좋다.

3.줄넘기

2명이 줄을 돌리고 한 명이 줄을 넘으면 된다. 옛날놀이로서 ‘꼬마야’란 노래를 하면서 줄을 넘는다. 속도를 조절하면 금방 술래를 바꿀 수가 있다.

4.누운 아빠끌기

거실에서 하는 놀이로 아이가 누우면 아빠가 아이의 팔을 잡고 끌어준다. 그런 다음 아빠가 눕고 아이가 끌어준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빠가 발 뒤꿈치로 바닥을 조금 밀어주면 쉽게 움직인다. 아이는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된다.

5.목욕탕에서 때밀기

역지사지 놀이 중에서 가장 불평등한 놀이가 이 놀이다. 아빠가 아이의 몸에 때를 미는 것은 신체가 작기에 매우 쉽다. 그러나 아이가 아빠의 떼를 미는 것은 힘들다. 그 면적이 매우 차이가 나며 아빠와 아이의 힘의 크기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지만 하는 그 자체로 아빠에 대한 존재감을 강하게 느낀다.

6.과자낙하산놀이

과자는 짱구나 꼬깔콘 등 뭉친 형태가 좋다. 먼저 아이가 누워서 입을 벌린다. 그리고 아빠가 과자를 한 손에 잡고 50센치 정도에서 높이에서 놓는다. 그러면 아이의 입속에 들어갈 수도 있고 안 들어갈 수도 있다. 반드시 과자가 아이의 입으로 들어가야 하는 놀이는 아니다. 입을 벌리고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자체에서 벌써 웃음이 번진다. 일부러 입 주위에 떨어지면 아이는 더욱 웃게 된다.

7.과자던져 입속에 넣기

아빠와 아이가 서로 1미터 거리를 두고 앉는다. 그리고 뻥튀기와 같이 가벼운 과자를 손으로 잡는다. 이 때, 상대방은 입을 벌리고 있다. 그러면 과자를 던진다.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가 더욱 많다. 그러면 더욱 재미있어진다. 그러나 그냥 던지면 재미가 적다. 추임새가 있어야 한다. ‘아빠가 던진다, 슛~’하고 들어갔다면 ‘골~인’을 외치면 된다.

존레논의 노래 ‘LOVE'에서 사랑은 터칭, 즉 접촉이라고 한다. 또한 필링, 즉 느낌이라고 한다. 두 가지는 모두 사람의 관계에서 발생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든 아빠의 사랑은 자식에게 잘 전해지지 않는다.

내가 너를 사랑하니 너도 아빠를 사랑하라는 식이다. 그런 속마음이야 있지만 늘 아이와는 주종의 관계, 상하의 관계, 교육생과 피교육생의 관계가 되기 쉽다. 이제 아빠들은 자신의 눈높이를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 이야기를 해야한다.

놀이는 마주보기에서 시작된다.

더 이상 주종의 관계가 아니다.

놀이는 곧 사랑이다.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놀이가 최고의 교육입니다" 키즈타임(www.kiz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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