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합니다] 금융지주 사외이사 내달 대폭 물갈이 왜?

입력 2012-02-10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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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기간 5년’ 족쇄 걸려 '장기집권' 36명 물러나야

금융당국서 독립성 강화 위해 임기 가이드라인 제시

하나지주 8명 전원 교체대상…신한은 변화 없을 듯

감시·견제기능 유명무실…거수기 문화 바뀔지 주목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4대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들이 오는 3월 대거 임기가 끝나 한바탕 ‘물갈이’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4대 금융지주 및 은행의 사외이사 총수는 57명인데 이 가운데 3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이는 퍼센트로 따지면 무려 63.16%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현직 사외이사가 연임과 퇴임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불과 몇 년전만 하더라도 사외이사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는 거의 없었다. 금융기관의 사외이사 대부분이 대주주나 최고경영자(CEO) 등이 포진한 사외이사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의 추천을 거쳐 선임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통과의례에 불과하다는 게 경험자들의 얘기다. 경영진이 추천하면 큰 문제가 없는 한 반아들인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사외이사는 경영진과 가까운 사람들로 구성된다. 정치적 ‘줄’을 타고 들어오는 사외이사도 상당수다.

실제로 지난해 사추위가 열린 은행·증권·보험사 41곳 중 사측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사추위 위원인 사례가 전체의 85.4%에 달했다. 특히 지난해 41개 금융기관에서 선임된 사외이사 134명 중 47.0%인 63명은 해당 회사의 경영진과 최대주주가 후보로 직접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감시·견제기능은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지주사의 이사회 의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개최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대부분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올해 유독 금융지주사의 사외이사 임기가 이처럼 쏠리는 것일까?

바로 금융당국이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연임기간 5년’이라는 조건에 걸려 4~5년째 장기집권했던 사외이사들의 교체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8명의 사외이사 모두 3월 주주총회 때 임기가 끝난다. 정해왕 전 금융연구원장은 올해 3월로 재직기간 상한인 5년을 모두 채우고 물러난다. 지난해 11월로 만 70세를 넘긴 조정남 전 SK텔레콤 부회장은 이사 연령을 70세로 제한한 하나금융 내부 규정에 따라 명예 퇴진하게 된다.

유병택·이구택·김경섭 사외이사가 2008년부터 활동을 했고, 김각영·허노중 사외이사는 2009년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우리금융도 7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방민준 뉴데일리 부사장과 신희택 서울대 법대 교수는 2008년에 선임돼 올해로 4년 차를 맞았고, 이두희 고대 경영학과 교수와 이허 시민과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는 3년간 사외이사를 지냈다.

KB금융의 경우 각각 2008년과 2009년부터 활동해온 함상문·조재목 사외이사의 거취가 관심사다. 두 사외이사는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 때부터 활동했는데 현재 KB금융이 어윤대 회장 체제로 굳어진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연임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신한지주는 한동우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하면서 사외이사 진용을 새롭게 꾸렸기 때문에 올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9명의 사외이사 중 올해 3월 임기가 끝나는 4명 중 상당수는 연임이 점쳐진다.

윤계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정일 평천상사 공동대표는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올해로 3년이며, 필립 아기니에BNP파리바 아시아리테일 부문 본부장과 히라카와 하루키 평천상사 공동대표 등은 2년간 재직했다.

따라서 금융권의 관심사는 현재 금융지주 및 은행 사외이사 중 2008년과 2009년에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올해와 내년까지 다시 한번 연임을 할 수 있을까다.

당장은 서슬 퍼런 금융당국이 사외이사들의 장기 집권 관행을 없애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상황에서 5년이라는 기한을 꽉 채워서 임기를 연장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사측과의 밀착을 방지하고 견제기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사외이사가 교체되면 업무의 계속성이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금융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금융지주로서는 뚜렷한 스탠스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외이사 중에서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 현재 국내 은행지주회사 사외이사 가운데 10년 이상 금융회사 재직경험을 가진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했다. 다른 금융회사 역시 시중 및 지방은행 7명, 금융투자회사 2명, 보험사 6명 등에 불과했다.

반면 유럽 대형은행의 경우 비집행이사 중 10년 이사 금융회사 재직경험이 있는 금융전문가 비중이 3분의 1 정도다.

이에 대해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사의 사외이사가 될 만한 경륜을 갖춘 인물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 감독당국이 연임기간까지 제한하고 있어 사외이사 추전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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