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네버엔딩 스토리’ 개봉을 앞두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촬영 때문에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무려 4시간이나 잤다며 “얍!”하는 기합과 함께 인터뷰 모드 돌변을 선언한다.
‘혹시 차갑다는 소리 못 들었냐’는 질문에 정려원은 가뜩이나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진짜요?”를 연발했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란다. 매니저와 영화 홍보 관계자에게 연신 “나 정말 그래?”라며 부산이다. ‘생각보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입견의 무너지는 첫 번째 균열이었다.
정려원은 “내가 여치(샐러리맨 초한지)가 다됐단 소리인가. 배우인 나한테는 정말 칭찬으로 들린다”면서 “배우에게 작품과 현실의 이미지가 대비된다면 정말 좋은 것 아닌가. 감사하다”며 생글거린다.
본론인 영화로 화제를 돌렸다. ‘네버엔딩 스토리’. 독일 출신 할리우드 감독 볼프강 페터슨이 연출한 동명의 1984년작이 아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녀의 알콩달콩 로맨스다. 시한부를 사는 이들의 달달한 로맨스. 두 가지가 의문이었다. ‘또 아픈 여자야?’ 그리고 ‘시한부와 로맨스?’
인터뷰 내내 진중하지만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밝음의 기운이 ‘네버 엔딩 스토리’의 ‘오송경’과 닮은 듯 했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사래를 친다. 조금 더해 몸서리를 쳤다. 정려원은 “송경이처럼 난 계획적이지도 그렇게 살기도 싫다. 오히려 태웅오빠가 맡은 동주에 가깝다. 기분파랄까”라며 “아마 송경처럼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하지 않을까”라며 턱을 괴고 잠시 생각을 했다.
그는 “시간의 차이일 뿐 사실 인생 자체가 ‘시한부’ 아닌가. 힘든 현실에 순응한 채 고개 숙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것 보단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게 남은 삶을 소중히 쓰는 것 아닐까”라며 “아마 ‘네버엔딩 스토리’를 보며 이 말을 공감하길 바란다. 그리고 엄마는 현재 건강을 되찾으셨다. 남은 삶에 충실하다 보면 ‘기적’이란 희망도 분명 찾아온다”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픈 가족이 있어 영화 속 희망에 대한 공감이 조금은 어렵단 질문에 손을 잡아주며 기도를 해주는 그의 모습에 벌어진 선입견의 균열은 더욱 커졌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기도를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는 정려원. 시간이 지난 뒤 바라 본 그는 차가운 핑크가 아닌 한 없이 따뜻한 블루의 모습 그대로였다.
정려원은 “태웅오빠가 그러더라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내가 흥행과는 조금 거리가 먼데 만약 성공하면 기도를 통해 ‘정말 이사람이냐’며 물어볼 참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맞다’고 그러시면 어떻게 하냐”며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공고히 쌓여져 있던 선입견의 장벽은 결국 무너졌다.
솔직함과 털털함 그리고 따뜻함. 배우 정려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