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려원 "남자배우들 나 똑바로 못보던데"

입력 2012-01-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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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네버엔딩 스토리' 여주인공 '오송경'역

▲사진 = 고이란 기자
사람마다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그 색이 갖는 온도에 따라 풍기는 아우라도 각기 다르다. 배우 정려원은 이런 기준으로 보면 차가운 핑크빛에 가깝다. 사랑스럽지만 왠지 쉽게 다가서기 힘든 도도함이 풍긴다. 물론 개인적 기준과 느낌이 담긴 일종의 선입견임을 전제한다. 하지만 선입견은 깨지기 위한 단어라고 누가 말하지 않았나. 직접 만난 정려원은 분명 달랐다. 달라도 너무 달랐다.

영화 ‘네버엔딩 스토리’ 개봉을 앞두고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촬영 때문에 하루 평균 2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무려 4시간이나 잤다며 “얍!”하는 기합과 함께 인터뷰 모드 돌변을 선언한다.

▲사진 = 고이란 기자
눈앞의 배우 정려원을 봤다. 웬만한 남자 주먹보다 작은 얼굴, 부러질 듯 가느다란 팔다리와 불면 날아갈 듯 가냘픈 몸매. 작은 얼굴 대비 눈망울은 흡사 순정 만화 속 여주인공처럼 비정상적으로 크게 느껴졌다. 눈을 마주치기 힘든 무엇이 있었다.

‘혹시 차갑다는 소리 못 들었냐’는 질문에 정려원은 가뜩이나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진짜요?”를 연발했다. 생전 처음 듣는 소리란다. 매니저와 영화 홍보 관계자에게 연신 “나 정말 그래?”라며 부산이다. ‘생각보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입견의 무너지는 첫 번째 균열이었다.

정려원은 “내가 여치(샐러리맨 초한지)가 다됐단 소리인가. 배우인 나한테는 정말 칭찬으로 들린다”면서 “배우에게 작품과 현실의 이미지가 대비된다면 정말 좋은 것 아닌가. 감사하다”며 생글거린다.

▲사진 = 고이란 기자
그는 ‘눈을 마주치기 힘들다’는 말에 작품 속 남자 배우들과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대부분의 상대역들이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시선을 마주쳐야 하는 부분에선 가끔씩 눈동자를 밑으로 내려주는 나름의 배려(?)를 한다고. 정려원은 “내가 좀 무섭나”라며 다시금 커다란 눈망울을 껌뻑 거렸다.

본론인 영화로 화제를 돌렸다. ‘네버엔딩 스토리’. 독일 출신 할리우드 감독 볼프강 페터슨이 연출한 동명의 1984년작이 아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녀의 알콩달콩 로맨스다. 시한부를 사는 이들의 달달한 로맨스. 두 가지가 의문이었다. ‘또 아픈 여자야?’ 그리고 ‘시한부와 로맨스?’

▲사진 = 고이란 기자
정려원은 “‘통증’이 끝나고 이번 영화 시나리오를 받았다. 당연히 안한다고 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면서 “‘시한부’는 하나의 장치일 뿐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 내가 맡은 ‘송경’이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에 해보고 싶은 생각도 컸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내내 진중하지만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는 밝음의 기운이 ‘네버 엔딩 스토리’의 ‘오송경’과 닮은 듯 했다. 하지만 이런 질문에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손사래를 친다. 조금 더해 몸서리를 쳤다. 정려원은 “송경이처럼 난 계획적이지도 그렇게 살기도 싫다. 오히려 태웅오빠가 맡은 동주에 가깝다. 기분파랄까”라며 “아마 송경처럼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에라 모르겠다’ 자포자기하지 않을까”라며 턱을 괴고 잠시 생각을 했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워낙 작품 속에서 ‘아픈 역’을 많이 맡아 ‘죽음’에 대한 생각이 남다를 듯 했다. 실제 어머니가 시한부 판정을 받은 힘든 경험도 있었다. 이번 영화가 개인적으로 남다르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질문 자체의 무거움을 느낀 듯 잠시 표정이 어두워 졌다.

그는 “시간의 차이일 뿐 사실 인생 자체가 ‘시한부’ 아닌가. 힘든 현실에 순응한 채 고개 숙이고 자신을 괴롭히는 것 보단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찾는 게 남은 삶을 소중히 쓰는 것 아닐까”라며 “아마 ‘네버엔딩 스토리’를 보며 이 말을 공감하길 바란다. 그리고 엄마는 현재 건강을 되찾으셨다. 남은 삶에 충실하다 보면 ‘기적’이란 희망도 분명 찾아온다”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아픈 가족이 있어 영화 속 희망에 대한 공감이 조금은 어렵단 질문에 손을 잡아주며 기도를 해주는 그의 모습에 벌어진 선입견의 균열은 더욱 커졌다. 독실한 크리스천으로 기도를 통해 스트레스를 푼다는 정려원. 시간이 지난 뒤 바라 본 그는 차가운 핑크가 아닌 한 없이 따뜻한 블루의 모습 그대로였다.

▲사진 = 고이란 기자
제작 발표회 당시 화제를 모은 결혼 선언으로 마무리를 했다. 엄태웅이 ‘250만 동원에 성공하면 정려원과 결혼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려원은 “태웅오빠가 그러더라 ‘대국민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내가 흥행과는 조금 거리가 먼데 만약 성공하면 기도를 통해 ‘정말 이사람이냐’며 물어볼 참이다. 그런데 혹시라도 ‘맞다’고 그러시면 어떻게 하냐”며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에 공고히 쌓여져 있던 선입견의 장벽은 결국 무너졌다.

솔직함과 털털함 그리고 따뜻함. 배우 정려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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