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24시] 14만 벤처인의 터전…열정ㆍ패기 가득

입력 2012-01-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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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노동집약적 공장들이 즐비했던 구로공단은 이제 대한민국 IT 산업을 이끄는 한국의 실리콘 밸리로 성장했다. 이른 아침 직장인들이 디지털밸리로 출근하고 있다.(사진 : 임영무 기자 darkroom519@)
11일 오전 8시 20분 구로디지털단지역. 승장강 문이 열리자마자 토해내듯 인파가 쏟아져 나온다. 통로는 발 디딜 틈 없을 정도의 인파로 인해 멀지 않은 출구까지 걸어가기란 그야말로 전쟁이다.

서울메트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구로디지털단지역의 하루 평균 수송 인원(유입인원, 승차인원)은 8만1724명으로 2010년(7만8587명) 대비 3.9% 증가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2009년도에 7만5668명인 것을 감안하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송인원이 이쯤 되면 떨어뜨린 물건을 줍는 것은 아예 포기해야 한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인파로 인해 출.퇴근시간 대의 서울디지털단지(G밸리) 거리는 매일같이 흥미로운 장관이 펼쳐진다. 수백 미터를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개미행렬과 같은 출근 인파는 줄을 반듯하게 지어 100여개에 가까운 빌딩들까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 [09:00] 엘리베이터 초만원…먹거리 불티

행렬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건물 안 엘리베이터 앞 역시 줄의 연속이다. 솔루션 업체에 다니는 이 모(38·여)씨는 “엘리베이터가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오전 8시40분부터 9시10분 사이로 인파를 피하기 위해 출근 시간대를 조정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며 “최근 몇몇 회사는 출근시간을 아예 늦췄다”고 소개했다.

1만 여 개의 벤처를 이끄는 14만 G밸리인의 하루는 이렇게 시작된다. 자칫 고단할 듯 보이지만 젊은이들로 구성된 G밸리는 패기와 열정으로 가득차다.

출근 전쟁을 치르고 난 후 거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고요하지만 빌딩 내부는 업무 시간 직전까지 열기가 그대로다. 건강을 위해 인근 헬스장이나 사우나를 다녀오거나 자기 계발을 위해 영어수업을 듣는 등 시간을 활용하는 모습도 보인다.

거리가 한산한 틈을 타 아침시간 한때 매상을 올린 먹거리 가게들은 돈 계산에 여념이 없다. 새벽 3시부터 출근해 김밥을 준비한다는 구로디지털단지역 주변 노점상 A 주인은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는 김밥이 60~70개 이상 팔린다”고 말했다.

편의점도 예외는 아니다. G밸리에 위치한 편의점들은 매출이 다른 지역에 비해 확연히 높게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출근 시간대 유동인구가 많다 보니 전체 평균에 비해 매출은 31% 정도, 고객 수는 39.9%가 높다”며 “역세권의 경우 하루에 1000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해 35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어떤 편의점의 경우 모든 다른 점초에 비해 매출이 73.4% 높다. 이 지점은 하루 매출 최고 870만원까지 올린 적도 있다.

◇ [12:00] 식당 줄서기 기본…더치페이 문화

12시 점심시간이 가까와지면 또 다시 전쟁이 시작된다. 심지어 몇분 차이로 몇 대의 엘리베이터를 그냥 보내야하는 불상사도 일어난다. 쏟아져 나오는 인파 속에서 밥 한끼 편히 먹으려면 달리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약 40~50개 음식점이 몰려 있는 식당가에서 제때 밥을 먹으려면 줄을 서야 하기 때문이다. 인기 있는 식당은 줄을 서서 계산을 하기도 한다. 점심 비용의 철저한 ‘더치패이(각자 계산)’ 문화도 일반적이다. 각자의 카드 계산 시스템으로 종업원은 일일이 자기 식사분을 계산하지만 불평은 없다.

점심시간 끝자락이 돼서야 여유가 찾아오는 G밸리는 한 편의 그림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옥상 공원에서 휴식을 취한다. 캐치볼 연습을 하는 동호회 일원도 보이며 그 와중에 잠을 청하는 이도 눈에 띈다. 간간히 간이 연주회나 콘서트 등도 열린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여유로운 시간이다.

◇ [17:00] 20~30대 운동ㆍ동호회 활동 활발

G밸리는 젊음과 패기가 살아 숨쉬는 만큼 업무와 무관한 재미난 일들도 많이 벌어진다. 100여개 이상의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일명 아파트형 공장 빌딩은 또 하나의 공동체로 이색적 풍경이 펼쳐진다.

구로에 위치한 대륭포스트타워 2차 빌딩에서는 자치회를 구성해 입주 업체들을 위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입주업체 관계자는 “각 업체들이 자체 상품을 공유할 수 있는 공모전을 펼친다”며 “업체들은 커피, 여행 상품권 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오후 5시가 되면 퇴근 행렬이 시작되면서 또 다른 지벨리 만의 문화가 형성된다. 20~30대가 주를 이루는 만큼 동호회 활동이 왕성하다. 이들 업체들 대부분 최소 5개 이상의 동호회를 운영하며 가입 권장과 함께 활동비를 지원한다.

한 입주업체는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동호회가 구성돼 있으며 정기적 모임 뿐 아니라 분기별 행사가 의례적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인근 헬스장에서도 G밸리인들을 대상으로 재미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어 호응도가 높다. 가산디지털단지역 근처에 위치한 헬스클럽 A 관계자는 “한달 동안 가장 많이 살을 뺀 회원에게 상금을 주는 재미난 이벤트를 마련했다”며 “참가비는 1인당 2만원이고 참가비를 모아 1등부터 3등까지에게만 상금을 몰아주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운동과 동호회 활동을 마치고 허기진 G밸리인들은 그냥 집에 가는 법이 없다. 맛집이 밀집돼 있는 먹자골목을 지나치기 힘들다. 포장마차에서 동료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내일을 위해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벤처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이다.

작지만 실력과 내실을 갖춘, 때로는 겁 없는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이 곳이 바로 대한민국 IT경제 심장 G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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