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대학의 미래를 묻는다②] 정부 ’헛발질’에 악순환만 반복

입력 2012-01-13 09:02 수정 2012-01-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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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평가에 취업률 높이기·교수평가에 논문수 늘리기…눈에 보이는 순위만 집착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80%에 이를 정도로 미친 교육열을 자랑한다. 하지만 교육 여건은 상당히 열악한 상태로 국제적으로도 최하위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교육의 질적 수준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인 ‘교원 1인당 학생 수’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OECD 평균인 15.8명의 두 배가 넘는 32.7명에 달한다.

높은 교육열과 ‘대학=성공’이라는 공식이 성립해오면서 대학들은 무리하게 입학정원을 늘리고 졸업장 장사하듯 학사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뿐만 아니라 고액의 등록금을 받으면서 적립금 쌓는데만 몰두해 대학 교육의 질은 안중에도 없었다.

대학을 나와서도 놀고 있는 이른바 ‘고학력 백수’는 급증하고 대학 본질마저 위협받기 시작하자 정부가 급한 불끄기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되레 악순환의 구조를 반복시키는 역효과만 낳았다.

◇주인 잃은 캠퍼스 = ‘학문의 전당’ ‘지식과 진리의 상아탑’ ‘양심과 비판 지성의 보루’. 대한민국 대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단어들이다. 주인 잃은 캠퍼스에는 무한경쟁과 성과지상주의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실제 대학이 골몰하는 것은 백년지대계로서 교육이 아니라 취업률, 교수의 연구업적과 같은 계량적 수치와 평가 순위다.

서울 ㅅ대학 관계자는 “정부의 대학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면 재정을 늘려야 하니 등록금을 줄여주기는 힘들고 교수들에게는 논문 편수를 압박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교수는 논문을 찍어내는 기계로 전락했다. 성과평가의 기준이 되는 논문 수를 늘리기 위해 다른 것에 눈 돌릴 여유가 없다. 진정으로 학계와 사회에 보탬이 될 연구를 하는 교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문대 학장을 맡고 있는 박모 교수는 “강의 스케줄이 빡빡한데다 논문 편수에 대한 압박이 겹쳐 건강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태”라며 “연구의 질 보다 논문을 몇 개 썼는지가 성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고 말했다.

학생 역시 마찬가지다. 새내기부터 취업에만 몰두하는 학원수강생으로 변해 스펙을 쌓고 학점 따기 바쁘다. 등록금 마련 때문에 청춘을 만끽할 여유는 버린 지 오래다.

◇악순환 반복되는데 정부는 헛발질 = 대학이 자구책을 구하지 못하고 악순환을 반복하자 정부가 극약처방에 나섰다. 교육당국이 부실대학을 가려내겠다며 내놓은 것이 대학평가 지표다. 지표에서 가장 중한 것은 취업률과 정원확보율이었고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대학들은 부실대학 또는 문제대학으로 낙인찍혔다.

시장논리에 입각한 정부의 평가기준은 납득할 수 없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교과부는 올해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결국 이 같은 교육당국의 시장논리에 맞추기 위해 대학들은 눈에 보이는 순위에만 더 집착할 수밖에 없고 그 부작용은 교수와 학생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근본적으로 대학 교육의 질을 더 떨어트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장은 “현재 대학이 골몰하고 있는 것들이 정부의 대학평가 서열과 지원금, 입학생 점수를 좌우하는 요소들”이라면서 “지도학생들 몇 명 취업했는지, 논문은 몇 편 썼는지 등 성과위주의 정량평가를 일삼는 교육당국의 시장논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또 “대학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대처 방안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며 “대학 현장 상황에 맞춰 입학정원을 줄여나가고 교육환경지수도 OECD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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