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인간의 욕망 그리고 컴퓨터

입력 2012-01-04 10:50 수정 2012-01-04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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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

합리적인 가격의 가볍고 얇은 고성능 노트북. 1965년에 이미 “컴퓨팅 기술이 18개월 간격으로 2배 향상된다”는 이론을 발표했던 고든 무어가 듣는다면 크게 놀라지 않을 테지만, 합리적인 가격의 가볍고 얇은 고성능 노트북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꿈꿔온 노트북일 것이다. 최근 인텔은 이런 꿈의 컴퓨팅 제품을 ‘울트라북’으로 명명하고 차세대 노트북의 모습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인텔은 “20mm 미만의 두께, 1kg 초반의 무게, 1000달러 이하의 가격 및 고성능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이라는 울트라북의 기준을 발표하고, 올 하반기까지 노트북 시장 점유율 40%를 예상하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이에 국내외 PC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울트라북 카테고리의 제품들을 내놓고 있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은 수치와의 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정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두께가 2mm 더 얇아진, 부팅속도가 2초 더 빨리진 노트북일까? 결국 새로운 이름의 ‘울트라북’은 새로울 것 없는, 이미 꿈꿔왔던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한 노트북이다. 좀 더 가벼웠으면, 좀 더 빨랐으면, 좀 더 편했으면 하는 인간의 오랜 욕망을 기술이 충족시켜 준 것이다.

컴퓨팅 기술은 더 새롭고 편리한 것을 원하는 인간의 욕망과 맞물려 발전해왔다. 1946년 30톤에 달하는 컴퓨터인 애니악을 보고 40여 년 후에 도시바에서 세계 최초의 노트북을 발표하리라고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으로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노트북의 발명이라는 기술의 진보는 인간에게 ‘더 나은 것’에 대한 욕망을 불어넣었고 이 욕망은 컬러 디스플레이 노트북, DVD 탑재 멀티미디어 노트북 등과 같은 컴퓨팅 기술을 리드했다. 결국은 기술이 촉매제가 되어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상상력은 또 다른 기술을 낳게 되는 것이다.계속해서 더 나은 것을 원하고 쉽게 실증 내는 인간의 욕망과 상생하기 위해서는 IT업계도 끊임없이 변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그 욕망과 기술의 변화 주기가 너무 빨라 전통적인 PC사업을 레드오션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특히 국내 PC시장은 이미 글로벌 메이커들의 전장터라고 할 만큼 치열한 경쟁상황에 있다. 한국이 정보기술 분야의 테스트베드로 각광받는 만큼 최근 몇년 동안 노트북 시장에 큰 비중을 두지 않던 업체들까지 진출해 그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게 되었다.

무한 경쟁은 이미 모든 시장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기에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가 담보된다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결단과 추진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이유로 속도가 생명인 IT업계에서도 전통과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 되는 것이다.

PC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그러한 변화가 관련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통적’이라 불리는 PC업계 종사자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이 절실히 필요하다. 왜냐하면 고객들의 욕망에 부합하고 상생하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이익이나 화려한 영업적 기교보다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아야 하는데, 그 원동력은 전통성에서 나오는 자부심과 사명감이기 때문이다.

또한 더 이상 제품 제조, 유통 중심의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된 현실을 직시하고, 고객의 경험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서비스 정신으로 뚝심 있게 기술과 트랜드를 리드해야 할 것이다. 도시바 또한 노트북의 원조기업으로서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 중의 하나라는 자부심과 경험으로 울트라북과 같은 유행을 선도하는 카테고리 제품을 넘어서 고객의 새로운 니즈를 창조하는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 감동을 실천할 것이다.

/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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