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에어컨이 흔한 현재. 한 편의 광고에서 마린보이 박태환은 체조요정 손연재에게 시원한 물 속으로 들어오라 권한다. 손연재 선수는 찡긋 웃어보이고는 물 밖이 물 속보다 더 시원하다며 오히려 나오라한다. 이유는 LG전자 휘센 에어컨. 휘센은 ‘물 속보다 시원한 바람’으로 올 여름 에어컨 시장을 휩쓸었다. 올해 7월까지 국내 매출이 작년동기대비 132% 증가하는 등 LG전자는 성과 창출을 이어가는 중이다.
손병옥 생산담당은 이 효자 제품 생산을 진두지휘하는 현장의 캡틴이다. 그는 LG전자 창원공장 AE(Air-Conditioning & Energy Solution) 사업본부에서 가정용 에어컨(RAC·Residential Air-Conditioning) 생산을 총괄한다.
1976년 설립된 창원공장은 연구개발기관과 함께 시스템 에어컨 등 프리미엄 제품 등을 만드는 LG전자 가전제품 생산의 중심지. 창원공장에서 작업복을 입고 있는 손 생산담당을 만났다.
◇LG전자의 목표는 세계 시장=손 담당은 현 사업부를 맡기전에는 중국 생산공장에서 5년간 근무했다. 중국 다음으로는 터키법인(LGEAT)에서 법인장으로 6년을 근무한 경험도 있다. 세계시장에 맞선 경험이 손 담당을 에어컨 사업부로 오게했다고 한다.
“처음 자리를 맡았을 때는 조직이 탄탄해서 할 일이 없겠구나 생각했어요, 마음이 조금 편했던 게 사실이예요. 제가 새롭게 추진할 일은 별로 없을 줄 알았죠.”
하지만 실제 부딪힌 현장은 상황이 달랐다.
“일이 굉장이 많아요. 이유는 LG전자의 목표 시장이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에어컨사업은 해외 매출이 국내의 2배 수준이고, 생산비율도 해외가 70% 정도라, 먼저 한국에서 해외 법인의 현황을 살필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했습니다.”
한국의 전 조직원은 각자 담당법인을 맡았다. 법인의 현황을 책임지고 파악한 후, 매주 화상회의를 열어 의견을 취합해갔다.
해외시장의 경쟁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다른 해외업체에 비해서는 LG가 글로벌 시장에 뛰어든 지 15년으로 오래되지 않았지만, LG 법인은 터키·중국·사우디 등 전 세계 각 곳·적재 적소에 위치해 있어 두려울 게 없습니다.”
자신감은 노력없이는 가질 수 없는 법. 손 담당은 99%라는 사업성과에도 만족하지 않는 치밀함으로 노력한다고 했다.
“일을 하다 보면 매일같이 99%, 99.5%와 같이 완벽에 가까운 수치의 데이터가 올라옵니다. 하지만 99%는 100%에 근접한 숫자인 동시에 1%가 부족한 숫자이기도 하죠. 저는 늘 100%를 채우기 위해 애씁니다.”
그는 이같은 완벽주의 실현의 원동력을 ‘품질’로 꼽았다. 손 담당은 “6시그마는 품질에 있어서 완벽함을 뜻한다”며 “생산시스템·재고관리·생산량 한계를 넘는 목표를 가질 수 도 있지만, 소비자가 믿을 있는 제품의 품질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터키 법인에서의 경험 가장 소중해= 손 담당은 에어컨 생산을 담당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터키법인에서의 성과를 꼽았다.
손 담당이 터키 법인을 담당했을 때 매출은 1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원가절감과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통해 매출이 4억9000만불까지 늘어났다.
손 담당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사용한 방법은 원가절감·현지파악이었다”며 “처음에는 3억달러 매출이 목표였지만 열심히 뛰다보니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원가절감을 위해서는 공정에 들어가는 부품·재고를 최대한 낮춰야 했다. 공정이 시작되기 전 모델별로 분류해 필요한 부품을 미리 계산하는 것은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필수작업이었다.
“원가 절감의 또 다른 방법은 이른바‘소매상이 도매상에 신세지기’였습니다. 터키 법인은 매출규모로 봤을 때 LG 내에서 작은 법인인데, 큰 법인에서 부품을 구매할 때 함께 구매하면 좀 더 낮은 단가로 구매할 수 있어 원가를 줄이는 방법으로 삼았죠.”
이같은 원가절감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손 담당은 현지 기후의 특성을 고민한 판매전략을 수립했다.
겨울에 온난한 우기가 찾아오고 여름에는 고온의 맑은 날씨가 지속되는 지중해성 기후를 감안, 냉난방이 모두 되는 에어컨을 판매한 손 담당의 전략이 주효했다.
◇앞으로는 ‘후지쯔’처럼 =“‘후지쯔 사업전략’이라고 아세요? 저는 이 사업전략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는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후지쯔’로 요약했다. 후지쯔는 하드웨어·ICT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일본계 글로벌 기업이다.
“후지쯔는 ‘인력을 최소화하고 연구개발은 일본에서만 하며 판매는 선정된 에이전트가 담당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어요.”
그는 이 방식이 최소한의 인력으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연구를 잘 하는 사람이 연구를, 판매를 잘하는 에이전트가 판매를 담당하게 해 인력낭비가 없어야 한다는 것.
“제조업에서는 1인당 매출액을 극대화하기 위해 효율성을 높이는 게 중요합니다. 사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실리주의·실용주의를 추진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손 담당은 LG전자에 처음 들어올 때 손 담당은 빈털터리에 몸뚱이 뿐이었다고 회상했다. 지금은 화목한 가정도 꾸렸고 먹고 살만한 위치인 것 같다고. 앞으로는 본인의 성장을 다음 선수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저의 신조는 솔선수범입니다. 해외에서 부딪힌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몸으로 보여주는 게 해답이었죠. 후배들에게 물려줄 자산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솔선수범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