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18) 창구텔러 ‘고단한 하루’

입력 2011-12-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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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첫 대면 ‘은행의 얼굴’

마찰 생기면 항상 “제탓이죠”

하루 평균 150명 업무 처리

전화·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OO번 고객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은행에 들고날 때면 여기저기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은행 창구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도 어김없이 주위에서 이런 인사를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텔러’다. 이들은 은행 최일선에서 손임을 직접 만나는 ‘은행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의 발달로 인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의 비중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태도에 따라 고객들의 은행에 대한 인식도 달라진다.

은행 창구텔러의 하루는 ‘시재(時在)’로 시작해서 ‘시재’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은행의 창구텔러인 강선영(가명)씨. 강선영씨가 아침 8시에 출근을 해서 먼저 하는 일은 지점 내 금고에서 시재를 타오는 일이다. 시재란 텔러들이 창구에서 하루종일 장사할 현찰, 즉 영업밑천을 말한다.

강 씨는 “시재를 타온 후 하루동안 업무를 보는데 필요한 통장과 판매카드 등을 준비하고 새로나온 상품 등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어느새 영업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고 말했다. 오전 9시 은행 영업이 시작하면 그의 목소리와 눈, 손은 동시에 바빠진다.

B은행 본점 영업부의 김민영(가명)씨는 밀려드는 고객으로 인해 단 몇분도 쉽게 쉬지 못한다. 지점마다 하루동안 고객을 상대하는 수는 다르지만 대략 150여명, 많을 때는 하루 200~300명까지 손님의 업무를 처리하기도 한다.

그래서 텔러들은 늘 바쁘다. 전화받는 것은 물론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 특히 업무가 집중되는 월초나 월말에는 식사조차 제대로 할 수 없다. 점심시간을 이용,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나온 손님들이 몰리면서 동료와 교대로 먹는 점심시간조차 챙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설혹 ‘옆 창구를 이용해주세요’라는 팻말을 내걸고 볼일이라도 볼라치면 여기저기서 항의를 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자칫 고객과 마찰이 생기면 언제나 잘못은 텔러인 김씨의 몫이다. 대부분이 고객의 실수에서 오지만 CS(고객만족) 평가가 확대되면서 행여 연말 평가에 영향을 미칠까 무조건 “죄송합니다”다.

김씨는 “업무가 조금만 딜레이 되더라도 문제를 제기한다”면서 “창구 앞에서 웃으면서 업무를 마치더라도 인터넷에 문제를 제기해 CS부서에서 지적을 당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점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일부 고객의 경우 담당 텔러를 꼭 짚어 말하기도 한다”면서 “이럴 경우 매우 속이 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오후 4시면 은행 영업이 끝난다. 이때부터가 마감(정산)시간이다. 말 그대로 ‘마감’을 잘 끝내야 하루가 제대로 마무리된다. 보통 2~3시간 정도 걸리지만 행여 오차라도 생기면 모든 직원이 남아 다시 계산을 맞춰야 한다.

대부분 CCTV 등을 이용해 몇번 점검을 하면 맞출 수 있지만 끝까지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돈을 자신이 물어야 한다. 이것이 텔러들에게는 가장 큰 골칫거리다. 대개 수천원 정도지만 금액이 큰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지점장 이하 지점 직원들이 십시일반하는 경우도 있다.

텔러(teller)는 ‘돈의 출납을 담당하는 사람’을 가리키며 ‘항상 새로운 말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만큼 지점을 방문하는 고객 한명, 한명에게 정성을 담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리고 고객들은 ‘텔러’를 보고 은행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는 점에서 여전히 ‘은행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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