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농협 최원병號의 숙제

입력 2011-11-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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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것 하나 매끄럽지 못했다. 논란의 한복판에는 연임한 최원병 회장이 있다. “고향에 돌아가겠다”는 말을 주워 담고는 재임에 나서니 여기저기서 불협화음이 들렸다.

최 회장의 연임 꼼수는 잡음의 시작이었다. 그는 올초부터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 288명에게 무한 애정을 쏟았다. 속칭 농협중앙회장의 통치자금으로 불리는 무이자자금을 대의원 조합에 편중 지원했다. 대의원에게 자회사 임원 감투를 씌워준 것으로 모자라 외유성 해외연수까지 보내줬다. “결과는 뻔하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 내부에서 나오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지난 18일 실시한 투표도 개운치 못했다. 농협은 문을 걸어 잠근채 투표를 진행했다. 선거는 근대 민주주의가 본궤도에 오른 뒤 사라진 간선제였다. 진행 상황은 도통 알 도리가 없었다. 과거 군사 정권 때 결과가 정해진 장축체육관 간선제와 다를 바 없었다.

이번 선거가 혼탁해진 데는 최 회장의 책임이 크다. 지난 2009년 농협법 개정으로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꾼 것은 과열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 같은 개정 논리는 연임금지가 뒤따라야 성립한다. 연임이 허용된 간선제는 현직이 재임에 유리한 고지에 서 공평성이란 민주주의 선거 원칙에 역행하기 때문이다. 물론 농협법 개정 때 연임금지를 포함했지만 최 회장은 개정 이전에 선출돼 법망을 피해갔다. 단임을 약속한 최 회장의 입만 쳐다보다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최 회장의 번복으로 내부 갈등은 커졌다. 투표장에서는 “최 회장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고성이 오갔다. 최 회장은 당선 뒤에도 인터뷰와 사진촬영도 거부한 채 서둘러 투표장을 빠져나갔다. 투표장을 지키고 있었던 기자들은 시쳇말로‘닭쫓던 개’신세가 됐다. 연임에 성공한 최 회장이 이런 저런 잡음을 어떻게 잠재울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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