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주코티 공원과 ‘공통의 것’

입력 2011-11-21 08:29 수정 2011-11-2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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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국제부장

▲민태성 국제부장
주코티 공원은 뉴욕 시민들에게 의미가 깊은 곳이다.

주코티 공원은 1960년대 맨해튼 금융지구의 중심에 들어서면서 유명해졌다.

미국인들에게 최악의 악몽으로 기억되는 2001년 9.11 테러 당시에는 건물 잔해에 파묻힌 모습이 언론에 잇따라 공개되면서 슬픔의 공원으로 불리기도 했다.

2006년 소유주인 브룩필드 자산관리의 존 주코티 이사회 의장의 이름을 따 주코티 공원으로 재개장했다.

주코티 공원의 원래 이름은 자유 광장 공원(Liberty Plaza Park)이었다.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대의 본거지로 주코티 공원은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지난 16일 반(反) 월가 시위대가 뉴욕 경찰에 의해 해산됐다.

자본주의 탐욕과 소득 불균형을 해소하라며 9월17일 시위에 돌입한지 58일 만이다.

뉴욕시 당국의 해산 명분은 공원의 위생 상태였다.

노숙시위로 공원이 더러워졌으니 청소를 위해 자리를 비워달라는 것이다.

법원은 야영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시당국과 공원 소유주가 텐트를 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어서 앞으로 공원에서의 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월가 시위는 미국 전역은 물론 캐나다와 호주, 영국 등으로 퍼지며 전세계인의 관심을 끌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민심은 피폐해졌다.

위기의 근원지라는 금융계를 목표로 한 시위에 ‘99%’에 속하는 전세계 시민들이 열렬히 반응한 것은 당연했다.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는 사실과 구심점을 찾지 못한 것이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을 잃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시위 2개월째를 맞은 17일에는 ‘월가를 폐쇄하라(Shut down Wall Street)’ ‘지하철을 점령하라(Occupy the subways)’ 등의 구호로 시위를 재개했지만 전 만큼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시위대 해산에 즈음해 스티브 포브스 포브스미디어그룹 회장이 한 말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월가 시위대는 월가가 아닌 국회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리있는 말이다. 월가에서 시위를 벌인다고 금융계가 달라지지는 않을 터.

법을 만들고 시행하는 워싱턴에서 시위를 벌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풀뿌리 민주주의’를 등에 업고 개혁을 외치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 역시 “그들을 이해한다”라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번 사태는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융권 개혁은 아직 미진하다는 국민에 의한 심판의 성격도 짙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고민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무엇인가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재선이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월가 시위로 금융권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정책적인 변화가 있을 지는 확실치 않다.

현재 상황만 보면 금융계는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무엇인가에 대해 전세계인이 한번쯤 고민하게 했다는 점에서 반월가 시위가 갖는 의미는 분명히 크다.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은 지난 10월 주코티 공원에서 “우리는 더 높은 생활수준이 아닌 더 나은 생활수준을 원한다”면서 “공통의 것(the commons)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모두를 위한 ‘공통의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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