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수료 강제인하, 中企도 손해

입력 2011-11-14 12:38 수정 2011-11-14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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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한국의 대형 유통업체들이 동네북이 됐다. 정부가 대형 유통업체들에 대해 입점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고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비싸다는 기준이 뭔지가 분명치 않다. 명품이나 유명 브랜드에 비해서 중소납품업체의 수수료가 너무 비싸다든가, 일본이나 미국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유명 백화점들이 정부의 압박에 못이겨 수수료를 인하했다.

그러나 백화점 수수료는 백화점 비즈니스의 생리를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백화점의 생명은 고객들이 느끼는 이미지이다. 소비자들이 동대문, 남대문 시장이 아니라 굳이 비싼 백화점을 가는 이유는 고급스런 이미지 때문이다. 고급품을 좋아하는 소비자들은 늘 고급 이미지를 찾는다. 하지만 고급이미지를 만들어 내기는 쉽지가 않다.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한다.

얼마전, 모 백화점 엘리베이터에 눈길을 끄는 포스터 하나를 봤다. 록 그룹 ‘부활’의 콘서트였다. 그룹 리더인 김태원이 ‘국민할매’로 엄청 ‘떴으니’ 출연료가 만만치 않을 텐데, 30만원 이상 구매고객은 무료 입장이란다. 백화점 측으로는 큰 투자를 한 셈이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그런 문화행사가 연중 계속된다고 한다. 백화점의 고급스런 이미지를 위해서다.

문화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일이다. 대학생들 마저도 해외 명품 가방 하나 정도는 가지고 싶어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떤 명품브랜드가 있는가에 따라 백화점의 격이 달라진다. 해외의 명품브랜드는 돈을 주고서라도 모셔와야 하는 귀한 존재가 된지 오래다. 실제로도 지방백화점들은 매장설치비용까지 부담하면서 명품 브랜드숍을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에게 받는 판매수수료가 낮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명품브랜드를 모시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투자이니 말이다.

반면 이름 없는 중소납품업체 제품은 소비자들도 시큰둥하게 바라본다. 따라서 무명브랜드일 수록 백화점으로서는 위험이 따른다. 백화점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간다. 그리고 위험과 비용이 클수록 수수료는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어느 브랜드에 대해서 어느 정도의 수수료를 받을 것인지는 고도의 영업 노우하우이자 투자전략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부분을 간섭하고 나선 것이다. 영업이익의 10% 만큼 수수료를 인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후환이 두려워 어떤 백화점도 나서질 못하겠지만 행정소송을 내면 십중팔구 공정위 측이 패소할 사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나름으로는 중소납품업체에게 이익을 주기 위해서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 이익은 일시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명브랜드의 납품업체들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사태가 닥칠 것이다. 백화점의 입점업체 선정 전략이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중소납품업체들이 백화점에 입점하려고 줄을 서는 것은 스스로 점포를 꾸미고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비용보다 백화점 수수료가 싸기 때문이다. 백화점은 무명업체를 받는 대신 높은 수수료를 받는다. 윈-윈인 셈이다.

그런데 수수료를 강제로 인하하면 백화점들은 입점업체 선정 전략은 바뀐다. 위험한 무명브랜드 대신 낮은 수수료를 받아도 괜찮은 유명브랜드를 선호할 것이다. 무명 브랜드 업체들은 아예 백화점 입점 기회 자체를 잃게 되는 것이다.

백화점 산업은 독점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 끊임없이 인테리어를 업그레이드 하고, 제품 구성을 바꿔야 하며, 홍보를 해야 한다. 출연료 비싼 예술가, 가수들을 불러와야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백화점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은 6~8%라는 사실이 이 업계의 치열한 경쟁상황을 알려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너무 근시안적으로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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