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문화톡톡] 닥치고 ‘위로’

입력 2011-11-09 15:25 수정 2012-01-2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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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권하는 사회’는 한동안 우리 사회 모습의 응축된 모습을 보여주는 키워드였다. 현진건의 소설 제목으로 유명한 ‘술 권하는 사회’는 시대의 아픔과 위로, 그리고 동시에 벗어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를 형상화하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이 시대는 ‘위로 권하는 사회’가 된 듯 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박경철의 자기혁명’ , ‘닥치고 정치’ 등은 각 베스트셀러 상위권 내 상주하고 있는 서적들이다. 2011년 키워드를 ‘닥치고 위로’로 잡아봐도 무방할 듯 하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온 책들은 현재 2030세대가 위로와 멘토의 등장을 갈망하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난해 말 출간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올해 2월 처음으로 1위에 등극한 후 현재 ‘스티브잡스의 자서전’ 이 올라오기 전까지 8개월 가까이 선두를 지켰다. 김난도 교수의 현실적인 위로의 메시지가 젊은 세대의 독자층을 모은 것이다.

박경철의 ‘자기 혁명’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랜 기간 상주했다. 이 책은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후회를 담은 시행착오의 기록’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그의 치열했던 고뇌의 기록인 동시에 청년들과 나눈 소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최근 베스트셀러가 된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는 권위의식에서 바라본 정치가 아닌 현실에서 속시원한 정치적 설명을 욕과 함께 시원히 풀어낸다. 저자는 독자들과 함께 정치를 향해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소통과 공감의 영역을 넓혀나간다.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이 날개 돋친 듯 주목받는 데는 시대의 영웅적 삶을 궁금해 하는 욕망과 시대적 멘토를 필요로 하는 갈망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러한 소통과 위로가 절실한 시대에 대한 열망은 ‘청춘콘서트’와 ‘나는 꼼수다’ 강연 열기가 입증해준다. 안철수와 박경철, 그리고 김제동 등이 나서서 젊은 세대에게 메시지를 주는 콘서트는 그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가장 비싼 VIP석이 가장 뒷자리에, 가장 저렴한 서민석이 강연의 가장 앞자리에 위치하고 있는 나꼼수 콘서트는 머리가 아닌 가슴의 메시지를 전하며 청년들의 뜨거운 인기리에 전국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2030세대의 분출구는 문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닥치고 위로’하고 멘토적 역할을 하는 이들이 사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하지만 ‘위로’ 이후 함께 하는 자들의 상황타개 노력들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노력들은 ‘함께 하는 한탄’ 과 별 다를바 없어진다.

때문에 지혜로운 멘토는 위로, 그 이후의 모색점까지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닥치고 위로’하는 단계에 머물기보다 이를 선순환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어 나가는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위로만 난무하는 시대는 분노에만 머무는 나약한 군상들을 만들기 쉽다. ‘닥치고 위로’했다면 나아가 ‘닥치고 해결점을 모색’해나가는 문화의 흐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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