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업수지가 흑자로 전환한 한 중소 납품업체 A는 기쁨도 잠시, 걱정부터 앞섰다. 이익을 냈다는 사실 만으로 거래 중인 대기업 B가 납품단가 인하를 바로 요구할 것은 안 봐도 뻔한 일이기 때문이다. 흑자를 내도 웃을 수 없는 상황이 중소 납품업체들의 현실이다.
중소기업의 가장 고질적인 애로사항인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방식은 날이 갈수록 진화되고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박은 단계별·전략적으로 이뤄진다.
대체적으로 △까다로운 절차의 벤더 모집 △첫 계약시 최대한 낮은 가격 산정 △주기적인 납품 단가 인하 압력 △일정 기간 후 다른 벤더 단가와의 비교 후 재인하 압박 △영업실적 발표 후 납품단가 재인하 압력 △다른 생산라인 변경 요구 및 다른 벤더와 비교 △의견 불일치 발생 시 바로 다른 벤더로 교체 등의 수순을 밟고 있다.
특히 생산라인 변경 요구에 대해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사양이 변경되는 사례들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지나친 모델변경, 생산라인 변경이 단행되며 이는 모두 하청업체 몫”이라며 “하루 만에 생산계획서가 변경되는 사례도 빈번하며 일례로 생산량을 반으로 갑자기 줄일 뿐 아니라 다른 제품을 내놓으라는 압박을 가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초기에 납품 단가 견적을 제출할 때 경쟁사가 많을 경우 고민하는 중소업체가 많으며 대기업이 이런 상황을 이용한다”며 “자동차나 전자의 경우 유통주기를 감안해 견적을 제출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이며 그 기간 내에 물가 인상률을 포함해 견적서를 제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9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부당 단가인하를 중심으로 ‘3대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를 개선하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실거래 관계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 지는 의문이다.
공정위는 하도급법 개정으로 새롭게 도입된 제도의 이행상황을 집중 점검하고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 유형별로 데이터베이스(DB)화해 정밀 분석에 활용할 예정이다.
특히 부당 단가인하 관련, 하도급대금 감액 시 서면교부 의무에 대한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위법한 감액에 대해서는 엄정한 직권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부당 단가인하 집중 단속을 위해 나선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며 “정부 역시 중소기업의 땀과 눈물이 대한민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이 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