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과장에겐 '비밀의 통장'이 있다?

입력 2011-11-0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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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비상금' 조성 백태

#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김 대리. 그는 그렇게 갖고 싶었던 DSLR(Digital Single Lens Reflex) 카메라를 최근 구입했다. 20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 때문에 섣불리 구입하기 힘들었던 고급 카메라다. 아내가 알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아무도 모르는 별도의 비밀 통장을 통해 모은 비상금으로 구입했기 때문이다. 물건만 잘 숨기면 들통 날 일은 절대 없다. 비상금은 팍팍하게 살고 있는 직장인 김 대리에게 하나의 빛이요, 희망이다.

비상금. 사전적 정의는 뜻밖의 긴급한 사태에 쓰기 위해 마련해 둔 돈을 뜻한다. 일종의 여윳돈이다. 여윳돈이다 보니 비상금은 직장인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유리지갑’이라고 할 정도로 모두에게 공개되는 월급을 받는 직장인들에게 비상금은 일종의 ‘보너스’다.

또 배우자나 가족 등의 감시 때문에 함부로 돈을 쓰지 못했던 직장인들에게 비상금은 숨겨야 할 대상이다. 철저히 숨겨놓기만 하면 가족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때에 은밀하게 돈을 쓸 수 있다.

때문에 직장인 대부분은 철저히 비상금을 숨긴다. 방법도 기발하다. 비밀 통장개설이나 비밀 공간을 만들어 숨기기도 한다. 간혹 들통이 나기도 하지만 직장인들의 비상금 마련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직장인 10명 중 4명 비상금… 평균 ‘367만원’= 우리나라 직장인들 10명 중 4명은 현재 비상금을 갖고 있으며, 보유액은 평균 367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남녀직장인 16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직장인 36.2%가 비상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여부에 따라 살펴보면 기혼(40.2%)이 미혼(34.5%)보다 많았다.

보유한 비상금은 평균 367만원으로, 100만~300만원 미만을 갖고 있는 직장인들이 전체의 29.5%를 기록했다. 또 이들이 목표로 하는 비상금은 약 13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정보업체에 근무 중인 이 모(28)씨는 “월급 만으로 비상금을 조달하려면 한 번에 큰 액수의 비상금을 모으기 힘들다”면서 “그래도 1000만원 이상은 비상금으로 갖고 있어야 안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직장인들은 비상금을 주로 월급 및 보너스에서 몰래 조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방법으로 비상금을 만드는 직장인이 무려 76.5%(복수응답)에 달했다.

양말제조업체에 근무하는 황 모(30)씨는 부인 모르는 보너스로 현재 500만원에 가까운 비상금을 만들었다. 황씨의 회사는 다른 회사와 달리 보너스를 현금으로 직접 지급하기 때문에 비상금 마련이 상대적으로 쉬웠다고 전했다. 황 씨는 현재 보너스를 비상금으로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다.

황씨는 “월급 일부와 보너스 전부를 털어 비상금으로 모으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모인다”면서 “집에는 보너스 일부를 갖다 주면서 의심을 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숨기는 것도 능력… ‘비밀 통장서부터 사무실 책상까지’= 직장인들이 비상금을 보관하는 곳도 비밀 통장에서부터 사무실 책상까지 다양하다.

김 대리는 별도의 비밀 통장을 만들어 비자금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비밀 통장은 통장만 들키지 않는다면 매우 쉽게 비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사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밀 통장 개설은 비자금 조성 방법 중 1위(87.9%, 복수응답)를 차지했다.

최근 비밀 통장으로 비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직장인 문 모(31)씨는 “통장 관리만 자신이 철저하게 할 수 있다면 비상금 조성엔 비밀 통장이 가장 좋다”며 “혹시나 비밀통장을 들킬까 봐 통장을 2~3개씩 마련한다”고 말했다.

평범하게 개인 책상이나 금고에 넣어 두는 직장인들도 있다. 이는 가장 쉽고, 빠르게 비상금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집 안의 액자 뒤편이나 책갈피에 비상금을 끼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사무실 책상이나 회사 내에 숨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도난의 위험은 있지만 비상금 자체가 가정과 완전 단절되기 때문에 발각될 위험은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케이블 송출업체에 근무 중인 최 모(30)씨는 회사의 자신의 책상에 비상금을 보관하고 있다. 최 씨는 “도난 당할까봐 불안하기는 하지만 회사가 아내의 비상금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며 “그래도 도난 방지를 위해 자물쇠를 철저히 잠근다”고 전했다.

한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63.3%(복수응답)은 비상금 마련 목적으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라고 답했다. 다음으론 △‘취미,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해서’(28.9%) △‘심리적인 안정감을 위해’(28.7%) △‘자기계발을 위해’(16.3%)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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