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클로드 융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은 그리스에 대한 제2차 구제금융과 관련한 채권단의 국채 손실 비율이 60%를 넘을 것이라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룩셈부르크 총리인 융커 의장은 오스트리아 공영 OR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회원국들이 그리스 국채를 50~60% 이상 상각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유로존이 그리스 국채 상각 확대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은 여러 경로로 알려졌으나 고위 관계자가 그 비율을 구체적으로 공개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융커 의장은 “유럽연합(EU) 정치인들의 채무위기 대응이 금융시장에 비해 너무 느리다”며 “우리는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현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U는 지난 7월 정상회의에서 그리스 2차 지원에 합의하면서 민간채권단도 손실 분담 참여(PSI) 프로그램에 합류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PSI를 중재한 국제금융협회(IIF)는 2020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그리스 국채를 15~30년 장기채권으로 교환하는 국채 교환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이는 그리스 국채를 21% 상각하는 것으로 채권자들이 액면가에서 그만큼 손해를 보게된다.
그리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가 심화되자 재정개혁과 긴축을 이행해도 버티기 어려우며, 상각비율이 최소 50%는 돼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채 상각 비율이 높아지면 이를 보유한 유럽 은행들의 손해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금융권은 유로존의 논의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로존 17개국 중 독일·네덜란드 등 7개국이 상각비율 확대를 주장하는 반면 프랑스 등 나머지 국가와 유럽중앙은행(ECB) 등은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은행들의 그리스 국채 보유 비중은 상대적으로 크다.
독일과 프랑스 양국 정상은 지난 주말 베를린 회담에서 상각비율 확대와 은행권 지원 등에 대해 합의했다고 발표했으나 구체적인 상각비율에 대해서 밝히지 않아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