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금융감독 시스템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2009년 말 발의된 한은법은 금융당국의 반발 등으로 1년 9개월이나 표류하다이날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했다.
당초 원안에 있던 금융회사 단독조사권은 삭제됐지만 이날 개정 한은법 통과로 한국은행의 위상은 한층 높아지게 됐다.
개정 한은법의 주된 내용은 △금융안정 책무 명시 △한국은행의 금융회사 조사권 강화 △긴급유동성 지원제도 개선 △금융채 지급준비금 부과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한은법의 목적에 물가 안정 이외에 ‘금융 안정’을 포함시켰다. 이는 한은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은행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금융기관도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주로 시중은행에 국한됐으나, 앞으로는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금융감독원에 비해 2금융권과의 이해관계가 적은 한은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에 따른 저축은행 파산 사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한은이 공동검사를 요구할 때 공동검사 이행에 착수해야 하는 의무기간도 대통령령에 명시토록 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이 한은의 공동검사 요구에 불응하거나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 수 없게 됐다.
한은이 긴급유동성을 지원할 수 있는 조건도 완화돼 금융위기 등 비상사태에 좀더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시중은행에 긴급여신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은 지금껏 ‘통화와 은행업의 안정이 직접 위협받는 중대 긴급사태’이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자금조달 및 운용의 불균형 등으로 유동성 악화’로 완화됐다.
영리기업여신 제공 조건도 ‘심각한 통화신용 수축기’에서 ‘금융기관 자금조달에 중대한 애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완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