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0년도 못 내다본 HP의 오판

입력 2011-08-25 08:51 수정 2011-08-2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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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 국제부장

▲민태성 국제부장
“이제 PC사업은 접습니다”

세계 최대 PC업체 휴렛팩커드의 ‘탈 PC’ 선언은 충격이었다.

휴렛팩커드는 첨단기술의 중심지 실리콘밸리의 살아있는 역사와도 같다.

스탠포드대학교 동문인 윌리엄 휴렛과 데이빗 팩커드는 1939년 현재 실리콘밸리의 중심지인 팔로알토의 차고에서 휴렛팩커드를 세웠다.

휴렛팩커드의 차고는 미국 IT산업의 출발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휴렛과 팩커드가 의기투합했던 실리콘밸리의 탄생지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회사 이름을 ‘휴렛팩커드’로 할지 ‘팩커드휴렛’으로 할 지를 동전 던지기로 결정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휴렛팩커드의 초창기 상품은 음향발진기였다.

세계 2차대전을 통해 성장한 휴렛팩커드는 1950년대 들어 미세 고주파를 사용한 무선통신 계측장비를 출시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음했다.

이후 2만5000여가지의 제품을 출시하며 미국을 대표하는 IT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20세기를 전후해 심상치않은 기운이 들이쳤다.

휴렛팩커드는 1999년 ‘IT업계의 여제’로 불리며 루슨트테크놀로지를 이끌던 칼리 피오리나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이게 실수였다.

피오리나는 막강한 카리스마로 포춘이 '미국의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 경영인'으로 뽑을 정도의 인물이었지만 휴렛팩커드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피오리나의 오만이자 휴렛팩커드의 결정적인 실수는 경쟁업체 컴팩을 인수한 것이었다.

휴렛팩커드는 찬반 논란 끝에 2002년 컴팩을 합병하며 세계 최대 PC업체 자리에 등극했다.

결과적으로 컴팩 인수는 10년 앞도 내다보지 못한 결정이 됐다.

애플의 아이폰이 상징하는 스마트 모바일 기기 시대를 내다보지 못한 실수는 휴렛팩커드에게 뼈아픈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휴렛팩커드는 피오리나의 후임으로 마크 허드를 영입했다.

그는 ‘비용절감의 귀재’ ‘위기의 기업을 살리는 해결사’로 불리며 현금지급기(ATM)로 유명한 NCR을 부활시킨 인물이다.

허드는 재임 기간 휴렛팩커드의 주가를 2배 이상 끌어 올렸지만 계약업체 운영자와의 섹스스캔들을 이유로 낙마했다.

허드의 사임을 놓고 경영권을 둘러싼 이사회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그는 이후 오라클의 공동사장에 취임하고 휴렛팩커드 이사진은 땅을 치며 후회했다.

글로벌 IT산업은 이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가 장악하는 신세계로 접어들었다.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시대가 됐지만 휴렛팩커드는 머리(소프트웨어)보다는 몸통(하드웨어)만 큰 공룡이 됐다.

몸집을 줄이고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종합 IT서비스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시장은 싸늘했다.

PC사업 포기를 선언한 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휴렛팩커드의 주가는 장중 20%가 넘게 폭락했다. 30년만에 최대 낙폭이다.

휴렛팩커드의 흥망성쇠를 보면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아무리 세계 최고 기업이라 해도 그 자리를 내놓는 것은 순식간이다.

피오리나가 컴팩 인수를 강행하지 않았다면, 허드가 섹스스캔들로 물러나지 않았다면 휴렛팩커드의 위기가 이처럼 빨리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레오 아포테커 CEO가 IBM을 모델로 새로운 사업계획을 밝혔지만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휴렛팩커드 사태를 지켜보며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독불장군이라 비웃더니...자고로 리더는 선견지명이 있어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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