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는 못하는… 직장 내 '뒷담화'의 사회학

입력 2011-07-1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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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얘기는 괜찮지만 내가 입길에 오른다면… "스트레스 해소" VS "팀워크 저해" 팽팽

뒷담화. 보통 남을 헐뜯거나 듣기 좋게 꾸며 말한 뒤 뒤에서 하는 대화나 말을 뜻한다. 긍정적이라기 보다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우선적으로 남 얘기를 하는 것이고, 흉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은 뒷담화에 자유롭지 못하다. 누구나 한번 쯤은 뒷담화의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남 얘기’ 뒷담화의 유혹은 생각보다 강하다.

많은 이해관계가 오가는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해관계가 복잡하다보니 뒷담화의 대상과 빈도도 많다. 회사 동료에서부터 최고경영자(CEO)까지 가지각색이다. 회사 내에선 어느 누구나 뒷담화 대상이 될 수 있고, 여기엔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 자신도 뒷담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은 곧 회사 내 ‘불신’을 싹트게 하는 이유가 된다.

부정적인 요소가 많은 뒷담화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 상 뒷담화를 완벽히 제어하는 건 불가능하다. 일부 직장인들은 뒷담화도 일종의 직장문화라고 말하기도 한다. 업무, 사람관계에 지친 직장인들이 스트레스를 푸는 일종의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뒤에서는 나랏님 욕도 한다’는 옛말이 있는 것도 뒷담화의 이런 장점(?) 때문일 것이다.

회사 내에서 불신을 싹트게 하는 뒷담화. 이를 바라보는 직장인들의 다양한 관점을 살펴봤다.

◇직속 상사 뒷담화, ‘이보다 통쾌할 수 없다’ = 취업포털 사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83.4%가 ‘직장 내에서 뒷담화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 정도가 뒤에서 남의 흉을 봤다는 얘기다.

그 대상으론 상사가 단연 수위를 차지했다. 무려 79.8%(복수응답)의 비중을 보였다. 그만큼 직장인들의 불만이 직속 상사로 집중되고 있다.

모 완성차업체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자신의 직속상사로 인해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말도 안 되는 개인적인 심부름을 시킨다거나, 말을 자주 바꾸는 등 김씨에게 괴로움을 주지만 회사에서 상사는 능력 좋은 ‘인재’다. 김씨로서는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

김씨가 할 수 있는 건 뒷담화 뿐이다. 상사는 술자리에서 김씨의 ‘안주거리’가 된다. 뒷담화를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이 다소 편안해진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물론 뒷담화가 좋은 건 아니란 건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이외의 뒷담화 대상으로는 △CEO 및 임원(40.8%) △선배(24.1%) △동기(22.1%) △부하직원(14.7%) △고객(12.2%) △거래처 직원(9.5%)이 뒤를 이었다.

뒷담화 장소도 가지각색이다. 술자리는 김씨와 같은 남성 직장인들의 주된 뒷담화 장소다. 우선 마주칠 사람도 없고, 술을 통해 듣는 사람도, 말하는 사람도 더 적극적이 된다. 남성 직장인 60.8%(복수응답)이 지지했다. 흡연실(36%)과 휴게실(34.3%)도 많이 꼽혔다.

여성 직장인들은 ‘온라인 메신저’(39.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직접 말로 하지 않기 때문에 들킬 염려가 비교적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여성 직장인 이모(28)씨는 “아무래도 회사 내에서 뒷담화를 할 때면 누가 들을까봐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메신저는 이런 염려가 덜하다는 점 때문에 자주 사용한다”고 말했다.

▲자료제공=사람인

◇성격에서부터 옷차림까지 ‘지적대상’ = 사람이 싫으면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한다. 뒷담화도 마찬가지다. 뒷담화 대상이 싫으면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신경에 거슬린다.

모 건설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30)씨는 직속상사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상사의 답답한 일처리로 인해 그 피해가 자신에게 까지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김씨는 상사의 답답한 성격에 화가 나기 시작했고, 이제는 뒷담화로 푼다고 한다.

김씨는 “당초 성격 때문에 상사를 싫어했는데 이제는 그 사람 자체가 싫어졌다”라며 “하물며 옷차림새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아 뒷담화 내용에 추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뒷담화 내용으론 대상자의 ‘성격’(62.5%)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다음으론 업무 방식(59.9%)과 능력(51.7%)이 뒤를 이었다. 앞서 언급한 김씨의 경우와 같은 맥락으로 ‘말투’(33.1%)와 ‘옷차림 등 외모’(9.6%) 등도 뒷담화 내용으로 거론됐다.

뒷담화는 ‘사생활’(16.6%)에 대한 내용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이 회사 내에 퍼져 뒷담화 대상자를 곤혹스럽게 한다. 일파만파로 퍼진 소문들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기에 그 영향력은 상당한 편이다.

모 기업의 비서실에서 일하는 여성 직장인 백모(31)씨는 “한동안 회사 내부에서 나와 관련된 부적절한 소문이 퍼져 당혹스러웠다”면서 “사실이 아님에도 한동안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회사 내 뒷담화 직장인들의 ‘유일한 낙’(?)= 일부 젊은 직장인들은 뒷담화를 부정적인 요소로만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항변한다. 뒷담화는 또 하나의 직장 문화라는 시각이다.

직장인 서모(29)씨는 “물론 뒷담화가 타인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을 퍼뜨린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직장인들이 왜 뒷담화를 하고, 이를 통해 어떤 효과를 얻는 가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직장인 신모(31)씨는 뒷담화가 직장인들의 억눌려 있는 불만 및 욕구를 표출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신씨는 “스트레스에 억눌려 사는 직장인들이 이를 풀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가 뒷담화”라면서 “이렇게라도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오히려 불만이 커져 향후 더 큰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차·과장급 초급 간부들은 뒷담화가 회사 내 불신을 키워 부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얘기한다.

모 대기업 차장인 권모(41)씨는 “뒷담화가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 자신도 뒷담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는 결국 회사 내 불신을 만연하게 해 팀워크를 저해하는 큰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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