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욕의 끝...‘언론 황제’ 머독의 몰락

입력 2011-07-13 15:55 수정 2011-07-13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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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해킹 사태 일파만파...그동안 참았던 여론까지 폭발

언론 황제 루퍼트 머독의 몰락이 시작된 것인가.

한 시대에 걸쳐 글로벌 미디어 산업을 지배해온 머독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역대 영국 총리들은 물론 규제 당국조차 두려워서 섣불리 건드리지 못했던 머독. 전화 해킹 스캔들을 계기로 지금까지 쌓아온 성이 순식간에 무너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머독의 몰락은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 산하 영국 타블로이드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가 특종을 위해 살해된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한 데서 시작됐다.

뉴스인터내셔널(NI)이 발행하는 NoW는 실종된 소녀의 휴대폰을 해킹해 휴대폰에 남은 음성 메시지를 녹음하고, 소녀나 유괴 관련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올 것으로 예상, 추가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일부 메시지를 지우기도 했다.

NoW의 전화 해킹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6년 왕실 관계자의 휴대폰 해킹부터 시작해 정치인, 유명인은 물론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숨진 병사 가족들, 테러 사망자 가족 등의 휴대폰까지 해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NoW는 또 경찰관에 대한 불법 로비자금 수수 혐의까지 받고 있다. 런던 경시청은 50명의 수사 인력을 동원했다.

영국 하원 의원은 불체포특권 보호 하에 증언하고, NI 간부들이 범죄 행위를 숨기기 위해 거짓말했다고 고발했다.

영국 의회는 폰 해킹 문제와 관련해 12일(현지시간) 머독과 그의 아들 제임스 머독, 레베카 브룩스 전 NoW 편집장에 소환장을 발부했다.

톰 왓슨 노동당 하원의원은 “3명 모두 참석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면서 “겁에 질려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으름장을 놨다.

NoW의 도청 스캔들은 영국 국민들의 격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광고주들은 일제히 보이콧을 시사했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공식 수사를 촉구, 결국 168년 역사를 지니고, 일요신문으로 최대 부수를 자랑하던 NoW는 폐간에 이르렀다.

머독의 위기는 시작에 불과하다. 뉴스코프가 공들여 추진해온 영국 위성방송 B스카이B 인수는 좌초 위기에 처했다.

영국 정부는 12일 뉴스코프에 B스카이B 인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뉴스코프는 그동안 39.1%인 B스카이B 지분을 100%로 늘려 완전 자회사화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위성 TV의 개척자인 머독이 추구해온 생애 마지막 목표로, 이를 통해 아들 제임스에 대한 경영권 승계도 마무리할 셈이었다.

하지만 NoW의 폰 해킹 추문이 터지면서 그동안 뉴스코프에 쌓아뒀던 여론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 B스카이B의 인수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됐다.

B스카이B까지 인수하게 될 경우 뉴스코프는 4개 신문사에다 영국 2위 방송사까지 거느리게 된다. 이는 언론의 다원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B스카이B만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영국 총리실의 스티븐 필드 대변인은 12일 “정부가 뉴스코프의 B스카이B 인수 제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노동당의 제안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노동당 당수는 “이러한 조치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분노를 강력하게 표출한 것”이라면서 “이제 머독이 대중의 힘과 주요 정당의 의지를 인식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뉴스코프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분위기다. 뉴스코프는 같은날 32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 자사주 매입 규모를 5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폰 해킹 스캔들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충격을 완화할 목적으로 풀이된다. 뉴스코프는 B스카이B 인수를 위해 마련해둔 보유자금 중 일부를 활용한다는 방침이어서 B스카이B 인수에서 일보 후퇴하는 모습이다.

FT는 이번에 드러난 NoW의 휴대폰 해킹은 이미 알려져 온 사실이고 업계에서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NoW의 경우, 뉴스코프의 비호 아래 ‘제어 불능’ 상태로 치달은 영향이 파문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FT는 또 머독은 모든 국면에서 대응에 실수가 있었다면서 지난해 의혹이 불거졌을 때 단호하게 싹을 잘랐어야 했다며 발뺌과 속임수를 지지한 그의 판단이 화근이었다고 지적했다.

FT는 그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브룩스 전 NoW 편집장을 구하기도 힘들게 됐다면서 머독이 품고 있는 마지막 미디어 왕국의 꿈도 물거품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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