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술만 먹는 회식 이제 바꾸시죠"

입력 2011-07-12 09:31 수정 2011-07-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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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단합 해치는 술… 회식문화가 바뀌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회식문화는 ‘술’로 대변된다. 특히 기성세대들에게 술은 회식자리의 ‘꽃’이자 ‘핵심’이다. 술은 사람들과의 친밀감을 높게 해줌으로써 단합의 의미가 강한 회식자리와 찰떡궁합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술을 좋아할 수는 없다. 술을 싫어하거나 술에 약한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이들에겐 술 위주의 회식문화가 힘겹다. 직장 상사들과 다 함께 모이는 회식자리에선 어쩔 수 없이 술을 마셔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회사들은 술을 강요하는 문화가 아직까지도 남아있다.

2011년 현재. 아직까지 술이 위주지만 점차 다양한 직장 내 회식문화가 늘어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성을 중시하는 회식문화가 정착되면서 상사와 부하 직원간의 소통이 활발해지고 있다. 기존 회식이 다소 일방적이었다면 이젠 쌍방향적인 분위기가 짙어졌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패밀리 레스토랑 회식부터 시작해 문화공연, 스포츠까지 각양각색이다.

술이 아닌,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는 직장인들의 회식문화에 대해 살펴봤다.

◇직장인 “회식문화 술 강요부터 개선돼야”=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이 회식문화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술을 억지로 강요하는 문화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회식문화에 대해 만족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저 그렇다’(43.5%), ‘불만이다’(15.8%)를 합쳐 총 59.3%의 직장인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직장인들은 개선돼야 할 부분으로 ‘억지로 술을 강요하는 것’(27.5%)를 들었다. 또 △‘술자리에 끝까지 남아야 하는 것’(19.4%) △‘강제로 참석해야 하는 것’(18%) △‘항상 비슷한 회식코스’(17.4%) 등이 뒤를 이었다.

반도체 패킹업체에 근무 중인 직장인 이모(28)씨는 회식자리가 고역이다. 제조업 특성 상 회사 구성원이 대부분 남자들이라 회식문화 역시 술에서 시작해 술로 끝난다. 여기에 술 마시는 것을 한번이라도 빼게 되면 상사의 호통이 바로 들려온다. 여성인 이씨는 회식자리가 무섭다.

이씨는 “현재 몸에 두드러기 질환까지 앓고 있는 상태지만 상사들은 아랑곳 않고 술을 마시라고 강요한다”며 “이게 도대체 누구를 위한 회식인지 되짚어볼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술자리 회식에 대한 후유증도 크다. 취업포털 커리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은 술자리 회식 후유증으로 ‘집중력 저하 및 피로’(49.4%)를 주로 꼽았다. 과음하는 회식자리는 회사의 실질적인 업무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얘기다.

재생연(납) 생산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30)씨도 전날 회식을 하게 되면 다음날 제대로 된 업무를 하지 못한다. 자꾸 졸립고, 몸에 힘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씨는 “술을 적당히 마시면 좋지만 너무 과하게 마셔 그 다음날까지 영향을 미치는 게 너무 힘들다”며 “업무에 지장을 줄 만큼 과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료제공=사람인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회식문화=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일부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회식문화들이 확산되고 있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대부분 그룹이나 부서별로 특색 있는 회식을 계획하고 있다.

자동차기업인 한국GM는 부서별로 자유롭게 회식 아이디어 제안을 한다. 한국GM의 모 부서에서는 최근 ‘탁구’로 회식을 한다. 상사 및 동료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탁구를 치고, 이후 간단하게 저녁을 먹거나 맥주 한 잔을 하기도 한다.

1차에서 3차까지 오로지 음주로 끝나는 회식과 비교해 직원들 간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이와 함께 상사 및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 회사엔 이외에도 여러 가지 회식문화들이 자리 잡고 있다. 모 부서의 경우 최근 자사 쉐보레 제품들이 출연한 영화 ‘트랜스포머3’를 보며 회식을 진행했다. 또 다른 부서는 저녁때 잠시 난지도 캠핑장에서 색다른 회식자리를 갖기도 했다.

한국GM에 근무 중인 직장인 임모씨는 “과거와 같이 술을 강요하는 회식은 이제 우리 회사에선 보기 힘들어졌다”며 “부서별로 자율적으로 회식 프로그램을 진행해 참가하는데 부담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기업들 사이에선 패밀리 레스토랑 회식도 점차 늘고 있다. 과거 고깃집이나 호프집에서 했던 회식이 이제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옮겨지고 있는 것. 술보다 대화가 중심이 되는 회식문화다. 일부 패밀리 레스토랑은 아예 직장인들의 회식비 지원 이벤트까지 기획하기도 한다.

CJ푸드빌 최서연 대리는 “최근 빕스(VIPS) 여의도, 명동점 같이 기업이 밀집돼 있는 곳을 중심으로 회식 단체 예약이 늘고 있다”며 “때문에 최근 ‘1+1’ 맥주 이벤트 등 직장인 회식과 관련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 자동차부품기업의 한 부서는 직원들의 저녁 여가 시간을 위해 점심 때 간단한 회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음식 메뉴는 직급과 관련 없이 공평하게 직원 추첨을 통해 이뤄진다.

또 일부 기업들의 경우 클래식 음악회, 사진전 등 문화관람 회식을 진행하고 있다. 모 중소건설사는 지난해 여름, 기존 회식과 달리 예술의 전당에서 하는 사진전 ‘카파전’을 단체 관람해 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오모(28)씨는 “당시 일이 바빠서 문화생활을 통 못했었는데 회사에서 사진전 회식을 진행해 매우 좋았다”며 “같이 관람했던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던 게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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