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영국계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SC)제일은행이 불법 대출에 조직적 검사방해까지 하며 우리나라 금융 관련 법률을 무더기로 어겼다. 우리나라 금융체계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한층 커졌다.
7일 금감원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2007년~2010년 6개 기업과 13차례에 결쳐 1억1700만달러 상당의 ‘메탈론’을 취급했다. 메탈론은 백금, 팔라듐 등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영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은행법 상 불법이다.
더욱 큰 문제는 부행장급이 진행하고 법조팀은 이를 묵인한 데 있다.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이다.
SC제일은행은 금감원에서 소명을 요구하자 “본사가 주도했고 심부름만 했다”고 답했다. 수익금도 본사로 몰래 옮겼다.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을 은폐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검사 관계자는 “후에 여신승인서를 발견하자 수익금도 다시 옮기고 주도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의 이 같은 행위는 검사 방해에 해당한다. 금융위설치법을 위반한 것이다.
금감원은 해당 부행장 2명을 비롯한 임직원 41명을 징계할 방침이다. 부행장 2명은 영국계 임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차드 힐 행장은 직접적인 징계에서 피했지만 ‘기관주의’가 포함된 만큼 행장을 겨냥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은행권 여신 담당자는 “거액의 대출을 행장이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힐 행장 역시 메탈론을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란 얘기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를 종결한 뒤에도 SC제일은행을 주시하고 있다. 7일 현재 노조의 파업에 따른 업무 차질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정보기술(IT)센터, 본점, 영업점 현장에 검사 인력을 파견했다. SC제일은행도 경우에 따라 영업지점 축소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C제일은행은 이외에도 해외연수비 7억여원 부당수수, 개인신용정보 무단검색, 국고채·통안채 불법 장내거래 등의 법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