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은 누구에게 있나’
한나라당 7.4 전당대회를 가로지르는 화두다.
후보들 저마다 ‘천막정신’을 강조, 박근혜 전 대표를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정작 당사자로부터 돌아오는 메아리는 없다. 의중을 알 수 없기에 구애의 강도는 커지고, 우회로로 유승민 후보와의 전략적 연대를 꾀하기에 이르렀다. 유 후보마저 “연대는 없다”며 손을 뿌리치자 유력 주자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기만 한다.
일단 박 전 대표의 1표는 유 후보임이 분명해 보인다. 비록 그가 지난 대선 경선 이후 박 전 대표와 다소 멀어졌다고는 하나 이는 물리적 거리일 뿐이란 게 친박계 의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한 핵심의원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근거리에 있다고 신뢰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다”며 “유 의원은 문고리 권력이 아니다”고까지 했다. 박 전 대표조차 최근 유 후보의 전대 출마와 관련 “그 소식을 반갑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관건은 박 전 대표 손에 남겨진 1표의 행방이다. 가장 적극적인 홍준표 후보에게 친박계 의원들 상당수가 화답하고 있지만 이를 박 전 대표 뜻으로 봐선 안 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부담스러워 할 수 있다”는 지적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 박 전 대표는 한 지역언론이 두 사람 간 ‘밀약설’을 제기하자 지난 23일 “이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도됐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여론을 호도하려는 구태정치의 전형”이라고까지 했다.
자연스레 초점은 양강으로 부상한 원희룡 후보에게 모아지고 있다. 원 후보가 친이계 지원을 받으며 특정 계파 이미지를 굳혔지만 이는 되레 화합 기류와 일치한다는 지적이다. 원 후보가 이명박 대통령과 일정 차별화를 두면서 박 전 대표와의 통로 역할을 자처했다는 점에서 양측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인물이란 설명이다. 한 친이계 의원은 27일 유력 주자였던 김무성 의원의 불출마를 예로 들며 “이번엔 양측이 거부감을 갖는 인사는 결단코 어렵다”고 단정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는 이와 관련해 같은 날 기자에게 “최소한의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감 있게 당을 끌고 갈 인물이 요구된다”며 “특히 대통령과의 소통에도 크게 문제가 없으면서 필요할 경우 박 전 대표와의 교량 역할도 적절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전제로 “(박 전 대표에게 있어) 홍준표·원희룡, 두 사람이 결국 고려대상인데 홍 후보보단 원 후보를 선택할 것”이라며 “홍 후보는 임기 막판 대통령의 탈당도 요구할 수 있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앞서 이 대통령과의 6.3 회동 직후 “정치논리보다는 민생, 분열보다는 통합”을 강조하며 차기 지도부 관련해서도 “이를 잘 실천하는 지도부가 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분열이 아닌 화합을 이룰 통합적 지도부가 들어서 민생문제를 풀어 나갈 때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전 대표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