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내기로 아웅다웅하는 老 부부

입력 2011-06-0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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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재미는? 내기가 아닐까 싶다. 골프처럼 그냥하면 재미없는 게임도 없을듯 하다.

내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고스톱을 치고나서 3점났는데 이긴 사람에게 박수만 3번 쳐주면 누가 화투(花鬪)놀이를 하겠는가. 골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치 국을 끓이는데 소금을 넣지 않아 맹숭 맹숭한 맛과 같은 이치다.

내기골프하면 떠오르는 부부가 있다. 두산그룹의 전 라데나CC(구 춘천) 대표이사였던 박용민씨(76)와 부인 오미나씨(73)다. 둘은 반드시 내기를 한다. 설겆이 하기, 밥사기, 1타당 1000원짜리 내기골프를 한다. 재미난 사실은 둘이 함께 라운딩을 안해도 내기는 성립된다. 각자 골프장에 갔다와서 스코어 카드를 맞춰보고 나서 점수차이 만큼 돈을 주고 받거나 일정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따로 통장관리를 하기때문에 가능하다.

1000원을 따기 위해 불꽃 튀는 접전을 벌인다. 설전도 불사한다. 한치의 양보가 없다. 종종 친구 부부를 불러 부부끼리 내기를 벌이기도 하는데 박씨 부부는 거의 잃은 적이 없다.

박용민 전 사장은 70년대 초반 연합뉴스 전신인 합동통신 재직시절 일본 동경특파원을 하던 1978년에 입문한 골프마니아로 구력 34년이나 된다. 왼손잡이여서 처음에서 필 미켈슨처럼 스윙을 했다. 그러다가 코치가 오른손 잡이 스윙을 하라고 해서 바꿨다. 잘 칠때는 핸디캡이 4였고 1언더파 71타가 베스트 스코어다. 부인 오씨도 구력이 20년이나 된다. 오씨는 3년동안 필드에 나가지 않고 연습장에서 살아 기본기가 탄탄하다. 베스트가 78타다.

스프링빌CC(구 동진) 대표도 지냈던 박씨는 부인과 함께 65세때 자동차로 미국 동서횡단골프를 하면서 27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31개 골프장에서 총 558홀을 돌았다. 66세때 호주, 67세때 뉴질랜드에서 33일간의 골프 대장정을 했다. 68세때 동남아, 그리고 2004년에는 영국의 골프장을 순회한 기록은 늘 골프장업계 지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한다.

어느 날 각자 라운드 약속이 있어 나갔다. 그런데 한참 플레이를 하고 있는데 부인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 어떡하지~ 나 사고쳤어.”박씨는 가슴이 철렁했다. 교통사고가 난게 하닌가 하고. 그런데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갸날픈 목소리“나, 또 홀인원했어요.”박씨 부부는 일곱번 홀인원했다. 박씨가 세번, 부인이 네번이다.

건강이 뒷받침된다면 이들 부부는 전 세계 100대 코스를 돌면서 내기를 하는 것이다. 지금도 박씨는 부부는 아웅다웅하며 어디코스에선가 내기골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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