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 지지할 의사를 적극 내비쳤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린 자격 있고 경험 많은 여성들이 IMF 같은 주요 기구의 수장을 맡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지금까지 미국 당국자 가운데 유럽인을 차기 IMF 총재로 선출해야 한다는 유럽 측 주장에 다시 동조할 의중을 가장 강력하게 시사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아직 어떤 후보에 대한 입장을 정하진 않았다고 전제했다.
주요 8개국(G8) 정상들은 이날 프랑스 북부 휴양지 도빌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성추문 사건으로 낙마한 스트로스-칸의 후임자로 다른 지역 출신을 임명하라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요구를 물리치고 재차 유럽인을 선출해야 하는지를 논의할 예정이다.
분석가들은 G8이 이번에 라가르드 장관을 차기 IMF 총재로 확정하진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구스틴 가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가 유력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IMF 지분에 비례해 투표권을 주는 IMF 정관에 따라 유럽이 35.6%, 미국이 16.8% 표결권을 갖고 있어 G8 회원국은 다음달 말까지 후임 총재를 선출하는 IMF 집행이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유럽이 라가르드 장관을 단일 후보로 미는 가운데 미국이 가세하면 절대 과반수로 그의 차기 총재 선출이 확정적이다.
그러나 유럽의 IMF 총재 독식에 반대 입장을 천명해온 신흥국을 대표하는 중국은 이날 신임 IMF 총재를 "민주적인 협의"를 통해 뽑아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스트로스-칸의 사퇴에 따른 후임 총재 후보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결정은 공개와 투명성, 능력 그리고 신흥국을 보다 잘 대표하고, 세계 경제구조의 변화를 더 잘 반영하는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의 프랑수아 바로앵 대변인은 전날 중국도 IMF 총재 결선 출마를 선언한 라가르드를 지지한다고 말했지만 그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IMF 집행이사회는 6월10일까지 3명의 후보를 추린 뒤, 다음달 말까지 차기 총재를 선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