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연극 미드썸머 "틀 깨고 망가지는 거야…하룻밤만"

입력 2011-05-2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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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미드썸머

주차장에 번쩍이는 문구‘change is possible’

문구를 ‘잔돈 있습니다’로 이해하는 지적이고 현실적인 여자와 ‘변화는 가능하다’고 하는 무모하고 이상적 남자. 이 둘이 만나면 어떤 스파크가 일어날까.

연극 ‘미드썸머’는 서른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사랑은 헛된 것이라 생각해 일에만 열정을 쏟아온 이혼전문 변호사 헬레나와 정해진 규칙없이 살아가는 조직의 똘마니 밥이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헬레나 역은 10년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탤런트 예지원이 맡았다.

헬레나는 멋진 아파트와 직업, 그리고 미모까지 겸비한 재원이지만 사랑을 믿지 못해 결혼은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한다.‘사랑은 아프게 해’. 통기타 연주에 맞춰 읊조리듯 부르는 이 가사의 노래는 헬레나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러던 헬레나는 극한 외로움이 자신을 잠식하기 전 와인바에서 밥을 만나 일탈을 꿈꾼다.

연일 밥은 그녀의 삶 한구석으로 비집고 들어온다. 일탈의 최고점은 미드썸머(우리말로 하지 夏至: 연 중 가장 짧은 밤)에 이루어지게 된다. 괜히 불안해지고 서러워지는 35살. 그리고 중년을 향해 가는 나이. 이들에겐 변화가 필요했다.

이들은“서른 다섯, 과거에 못해 본건 앞으로도 못할 것”이라는 자조섞인 푸념과 함께 “그럼 이제 해보는 거야”라고 답을 내리듯 일탈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짧은 밤 ‘미드썸머’에 이들은 수천만원의 돈을 펑펑 써대기도 하고 은밀한 본인의 비밀을 고백하기도 한다. 불특정인의 편지에 돈뭉치를 꽂아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어떤 규칙에 매여있지 않아도 되는 가운데 이들은 자유와 편안함을 만난다. 극 막바지에서 남자는 스무살 때 꿈꾸던 유럽의 길거리 연주가가 되기 위해 비행기표를 끊는다. 그리고 여자는 남자를 따라 나서며 “이건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할 거란 얘기가 아니다. 난 일주일 동안 고급호텔에 묶고 여행을 즐기며 다시 돌아올거다”라고 당부한다.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라는 말을 돌려 말하는 헬레나, 일주일이 1년이 될지 평생이 될지는 자신도, 관객들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연극은 2인극이지만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숨가쁘게 전개된다. 헬레나와 밥은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 연극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와인을 나눠주며 함께 마시기를 권한다. 천원짜리 지폐를 관객들에게 무작위로 선물하며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음악이 있는 연극’이란 형식 답게 다양한 곡을 소화하는 두 남녀의 노래와 기타 소리는 관객의 마음을 정화해주는 듯 하지만 이들이 일탈로 삼은 요소들은 관객들의 가슴을 뻥 뚫어줄만한 극적 소재로서는 힘에 부쳐 보인다. 좀 더 획기적이고 과감한 일탈을 원하는 기대감은 도중 표류하고 만다. 음악이 있는 연극 ‘미드썸머’는 오는 6월12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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