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fun 동아리]동양종합금융증권 '장대양봉'

입력 2011-05-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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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로 체력 다지고 스트레스 풀고...

“처음엔 그냥 농구가 좋아서 시작했죠. 이렇게 커지리라곤 예상하지 못 했어요.”

지난 2005년 여름, 여의도공원에는 길거리 농구로 땀에 흠뻑 젖은 두 남자가 있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리서치센터의 이도한 투자전략팀 과장과 조병현 투자전략팀 대리는 낮에는 냉철한 증권맨이었지만 퇴근 후에는 에너지 넘치는 농구 선수로 변신했다.

종종 게임을 즐기던 어느 날, 두 사람은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작은 공지를 띄웠다. 농구에 관심 있는 사람은 함께 하자는 내용이었다. 다음 모임에는 공지를 본 몇 명이 나타났고, 그 다음 모임에는 또 다른 사람이 왔다. 그리고 9월, 동아리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장대양봉(長大陽棒)’이라는 동아리 이름은 현재 회장을 맡고 있는 이도한 과장의 아이디어다. 장대양봉은 주식 차트에서 종가가 시가보다 높은 정도를 표시한 빨간 막대기(양봉)가 긴 것을 말한다. 강한 매수세와 상승 기운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식 관계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신호다. 이 회장은 “당시 주식 시장이 침체돼있을 때라 활황을 기원하는 의미로 장대양봉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말한다.

이름은 정말로 힘을 발휘했다. 6년이 지난 지금 주식 시장은 연일 코스피 최고치를 경신하며 활기를 띠고 있고 동아리 역시 48명의 회원이 활동할 정도로 자리를 굳혔다.

구성원은 차장부터 사원까지,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본사 영업관리직과 리서치센터 연구원, 지점 브로커 등 일하는 곳도 제각각이지만 농구에 대한 관심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모임은 격주 월요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서울의 한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30분 정도 몸을 푼 후 나머지 시간은 팀별로 경기를 진행한다.

모임에는 어떠한 제약도 없다. 사정에 따라 자유롭게 참여하고 출석 여부는 체크하지 않는다. 팀은 매 경기마다 새롭게 짜고 승패나 점수에 관한 기록도 남기지 않는다. 기술을 연마해 농구를 더 잘하려는 욕심은 없다. 그 순간을 오롯이 즐기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다.

증권맨들은 업무 강도가 높고 따로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기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체력 관리를 위해 동아리를 찾는 경우가 많다. 동아리 총무인 조병현 대리는 “농구는 체력 소모가 심한 운동이라 한겨울에도 유니폼이 땀에 젖는다”며 “열심히 뛰다 보면 컨디션이 좋아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된다”고 설명했다.

몸을 맞대며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자연스레 친밀도가 높아지는 점 또한 장대양봉의 인기 비결이다. 이 회장은 “증권회사는 겉으로 보기에 보수적이고 선후배 관계도 엄격한데 같이 운동을 하게 되면 딱딱함이 많이 사라진다”며 “부원들 간에 호형호제하면서 끈끈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증권맨에게는 네트워크도 중요한데 같은 회사에 일해도 자기 업무 영역 외의 사람은 보기 힘들다”며 “다른 부문의 사람을 만나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자유롭게 즐기는 분위기지만 승률은 예상보다 훨씬 높다. 지금까지 타사 동아리, 언론사 등 외부 단체와 20번 이상의 친선 경기를 가졌는데 한 경기를 제외하곤 모두 이겼다. 조 총무는 “친선 경기를 더 자주 하고 싶은데 농구부 간의 연결고리가 없다”고 아쉬워하며 “연락 좀 달라”고 부탁했다.

이 회장은 “회원들은 물론 가족이나 지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아리 외에 다른 목표는 없다”며 “다만 외국계 금융사와 한번 겨뤄보고 싶은 바람은 있다”고 웃으면서 말한다. 월스트리트에서 시합을 요청해올 때까지 장대양봉의 즐거운 농구는 계속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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